사랑스럽고 다정한 그림이 하나 있어 링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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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굶주린 이모,
서준이를 시켜 글씨를 쓰게 하다.

사수자리는 내 별자리. 서준이가 물어봐서 답해줬더니 저렇게 그림을 그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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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자안에 대해 재무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따져본다.
5억짜리 땅이 있는데 여기에 3억을 더 들여 건물을 지어 1년 뒤 10억에 팔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하자. 이 때 1년 만기예금 이자율이 12%이라면, 5억짜리 토지에 3억을 들여 건물 신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문제를 풀 때는 우선적으로 내년의 10억이라는 돈을 현재 시점으로 가져와 현재 가치로는 얼마인가를 따져보면 된다. 1년 뒤 10억을 연12% 이율로 할인하면 현재 가치는 약 8억 9천만원이 된다. (8억 9천만원을 연리 12%로 예금하면 1년 뒤 10억이 되므로) 따라서 미래의 10억을 현재로 가져온 금액 8억 9천만원은 투자금액 8억원 보다 크므로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연리가 25%보다 높다면 10억원의 현재가치가 8억원에 못 미치므로 건물 신축 대신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낫다.

재밌는 것은 오늘 1원과 내일 1원, 즉 같은 금액일 때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 때는 무조건 오늘 1원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이란 지금 현재이기 때문에 확실하고 내일은 오지 않은 미래이므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래라는 것은 항상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할 때 이리저리 재는 것이고, 불확실의 위험을 감수할 때는 그걸 보전할 만한 큰 보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투자성향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크게 불리지는 못하지만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할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위험하지만 큰 보상을 노릴 것이냐..

위 내용은 이번달에 수강한 온라인 MBA과정 중 '재무와 경영의사결정' 과목 화폐의 시간적 가치 파트 초반부에 간략히 다뤄진 내용이다. 실제 기업이나 사람이 행하는 투자는 훨씬 복잡하고 이자율 이외에도 따져봐야 할 변수가 많지만 말이다.

나는 여기에 약간 응용을 해서 사랑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고 일정량만큼 사랑하는데 그 사람과 만남을 계속해서 결혼한 뒤에는 특정한 기대치만큼 행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하자.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이자율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살면 미래의 내 모습이 어떠할지는 예측할 수 있다고 하자. 미래의 행복은 기대 수익이 되는데 이것이 결혼이라는 투자로 얻어질 때 결혼이 타당하겠느냐 아니냐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가치로 할인된 미래의 행복을 현재 내가 가진 것과 비교하여 더 나을 때만 결혼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가치로 할인된 미래가 혼자 사는 것만 못하다면 결혼하지 말것을 결정해야 하고 말이다.

화폐의 시간적 가치가 변하듯 사랑의 시간적 가치 또한 변한다는 억지스런 내용이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계산법은 아닌지.. 실제로 사람들이 다 그렇게 따져보며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은지..

투자가 모험이고 불확실한 것처럼 사랑도 모험이고 불확실하다. 위험한 투자일수록 큰 보상을 기대하듯 예측이 힘들고 어려운 사랑이라면 역시나 더 큰 보상을 기대해야 한다. 그렇담 사랑에 실패 위험도가 적은 안정지향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까 아니면 high risk high return을 선택하여야 할까? 일반적으로 금융관계자들은 젊은 나이일수록 공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나이가 들면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젊다면 실패해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나이 먹어서 실패하면 완전 망하기 때문에.. 결혼이나 사랑도 젊어선 불장난처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이 먹어선 그래서는 안되는 게 정석 아닐까..

그런데 저러한 정석에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 걸까..?
아무래도 재무계산법을 사랑에 응용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글은 쓰고 있지만 내 속은 이런 계산법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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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던 소나기도 안오고 열대야 속에 잠을 깨어버렸다.
급하게 선풍기를 틀고 다시 잠을 청했으나 한시간 동안 뒤척이다 완전히 일어나 앉았다.

인터넷으로 잠시 방황(?)을 하던 중 사랑의 정의는 '상대에게 최고의 것을 주는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 때 내가 알던 사람이 쓴 글이었기에 더 마음에 와닿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내 관점에서 조금 바꾸어 보려고 한다. 사랑이란 상대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이다.
'주는 것'이라는 행위와 '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심리 상태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내 속에서 발현되는 마음과 그것을 실제로 행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것 사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둘 중에 더 귀한 것을 가려내라면 나는 '상대에게 최고의 것을 주는 것' 즉 행위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그 둘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면 '상대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만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언제나 사랑에 어리숙하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심지어 어떤 때는 기준을 달리 적용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할 때는 '마음'만으로 충분한 거고 남이 사랑할 때는 사랑하기 때문에 실제로 행해진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한마디로 나 편할대로의 사랑에 대한 기준이자 정의인 셈이니 내가 여태껏 싱글로 잘 살고 있는 것이 저 몇 줄로 다 설명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통해 내가 얻는 행복이라는 메커니즘으로 동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한 거고, 불행하다면 나 역시 불행한 것이다. 이런 매커니즘 때문에 심리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되는 것이 청춘남녀간의 사랑이다. 한마디로 사랑이 없다면 괴로움도 없고 사랑이 없다면 기쁨도 없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아이러니를 뻔히 알면서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짝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참 우습게 느껴진다.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식상한 이유. 달리 다른 답을 찾을 수도 없지만..

그러나 사랑의 아이러니를 다 떠나서 오늘은 사랑에 대해 보편적인 생각을 해본다. 왜냐면.. 나도 혼자 살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 남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짝을 이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열대야 속에서도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보는 것이다.
최고의 것을 주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랑의 매커니즘 아래 내게 돌아올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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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현경이가 내 홈페이지에 '빵집 주인의 이해없는 사랑'이라는 글을 인용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매일 맛없는 싸구려 식빵만 사가는 젊은 청년을 사모한 빵집 여인이 청년을 위해 버터가 들어간 맛있는 식빵을 맛없는 식빵 대신 넣어 주었는데, 알고보니 그 청년은 먹으려고 빵을 사가는 것이 아니라 그 청년이 열심히 그리는 그림의 지우개로 쓰려고 빵을 사가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버터 넣은 빵을 넣어주었으니 청년이 그리던 그림은 완전히 망가져 버리게 되었다는 에피소드이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그 당시엔 내가 지엽적인 문제로 헤매고 있었으므로 빵집주인의 이해없는 일방향적인 사랑과 이 이야기가 주는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빵집 주인이 청년에 대해 조금 더 알고자 했다면, 말이라도 건네보았더라면 좋아하는 청년의 그림을 망치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운 이야기다.

 빵집 주인이 청년을 사랑하는 마음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 마음은 순수한 그 마음 상태 그대로 매우 진실하며 진심이었을 것이므로 지순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빚은 결과가 서로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으니 사랑의 마음이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이심전심, 눈빛만 봐도 통해요는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그로 인해 서로를 잘 이해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화와 이해가 거름이 되지 않는 사랑이라면 싹도 피우기 전에 말라버리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사랑이 커지려면 많이 대화하고 많이 시간을 보내라. 많이 묻고 많이 관찰하고 많이 노력하라. 이해하고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힘써라.

나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또는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는 날이다.

오늘 밤 비는 무심히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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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를 광고하는 짧막한 동영상을 보고, 에드워드 노튼의 슬프고 깊은 눈 그리고 설명 못할 낯익은 아름다운 표정에 반해 본 영화. (그간 악역도 많이 했던 에드워드 노튼. 연기파 배우 어쩌구를 떠나서 이렇게 감성적으로 보일 수도 있나.. 영화가 매직이지..)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소년시절의 에드워드, 마을에서 신비한 노인을 만난다. 그는 몇 가지 신비한 마술을 보여주더니 그 자리에서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가 기대어 있던 커다란 나무와 함께.

나무가 있던 마을길

노인은 나무와 함께 사라진다

그 뒤로 에드워드는 마술에 빠져들고, 마을에서 공주 소피아를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다. 에드워드는 소피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즐겁게 지내지만 둘 사이는 신분 차이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고 에드워드는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버린다.

카드마술을 보여주며

15년이 흐르고, 에드워드는 아이젠하임이라는 일루셔니스트로 비엔나 무대에 데뷔. 엄청난 인기를 끈다. 어느 날 아이젠하임의 극에 황태자가 약혼녀와 함께 나타난다.
죽음과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자며 무대 위로 관객을 청하는 아이젬하임. 오만한 황태자는 자신의 약혼녀를 무대위에 세운다.

멋지다. 무대 위의 아이젠하임

15년 만의 재회, 무대위에서

무대에 오른 황태자의 약혼녀는 어릴적 헤어진 공주 소피아. 아이젠하임은 첫 눈에 그녀를 알아보지만 공주는 알아보지 못한다. 거울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준 아이젬하임. 무대 뒤에서 공주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소피아는 그가 어릴적 헤어진 에드워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황태자는 이런 환상과 마술을 못마땅해 하며 속임수며 사기라고 생각한다. 황궁에 초청해서도 아이젠하임에게 준비해 온 마술 말고 이곳에 있는 것으로 환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아이젠하임은 황태자의 검으로 멋진 마술을 보여주지만, 황태자의 심기를 건드려 미움을 받게 된다. 황태자의 분노로 아이젠하임이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한 소피는 이 사실을 아이젠하임에게 알리고 15년을 건너 뛴 사랑을 재확인한다. 정치적 이유로 황태자와 결혼해야 할 운명으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공주.

영화에선 이 부분이 멋지다. 대사보다는 에드워드 노튼의 표정과 목소리가 더 눈과 귀에 들어오지만..  아이젠하임은 Do you truley want to leave with me? 라고 묻고 소피는 yes 라고 답한다. 아이젠하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이 때부터 진짜 마술이 시작된다.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지기 위한..

그러나! 그렇게 쉽게 사라지면 안되지. 공주가 황태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분노에 찬 황태자는 소피를 살해한다. 시체는 숲 속 강에서 발견되고 아이젠하임은 슬프게 운다.

울 때도 멋있었다.

소피의 죽음 뒤, 아이젬하임은 어떻게 할까? 그의 마술이 달라진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그는 무대에 죽은 영혼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그가 가장 그리워 하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그리고 또 떠나보낸다.

영혼을 불려내려는 포즈~

소피가 나타남

소피 환영이 사라지자 슬퍼하는 모습

손을 잡을 수가 없네~

이렇게 슬픈 이별이 영화의 끝이 아니다. 그러나 결말을 말하는 것은 완전 실례. 줄거리 요약은 여기까지만 해둔다.

일루셔니스트는 영혼 혹은 나비를 모티브로 한 사랑 이야기이다.
가구제작자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목공을 배워 손재주가 좋은 에드워드는 소피를 위해 나무를 깍아 나비 무늬가 있는 목걸이를 만들어 준다. 이 목걸이는 한번 비틀면 하트 모양이 되고, 그 안에 사진을 숨길 수 있는 비밀 목걸이다. 소피는 이 목걸이를 죽을 때까지 간직한다. 그리고 이 목걸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 번 하고 마침내 그 주인에게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비

나비가 하트로 변하고, 하트 속에 그리운 사진

비밀 목걸이는 결국 주인에게


나는 이런 영화가 참 좋다.
너무 큰 기대를 안하고 보아도, 장면 장면이 멋있는 영화. 자꾸 질문을 던지는 영화. 자꾸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 그리고 사랑을 위해 다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때론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하고 로맨스를 바라게 하는 영화. 그래서 현실이 아니라 영화 같은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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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별도로 Tag를 달아 주제어를 표시하는 것이 대세이다.
심지어 동영상에도 시간별로 Tag를 달아 쉽게 원하는 장면을 찾을 수 있게 해 준다.

Tag를 읽음으로써 보다 쉽게 상황과 전체 주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그저 '단어'들의 단순 나열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상황과 심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나열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정돈을 할 수도 있고 내가 가진 문제들을 '단어'를 통해 구체화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튼, 서론이 길었고.. 글을 쓰는 요지는 간단하다. 요즘 내 상태, 내 마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니 대강 이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일 - 이것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준다. 돈과 보람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마음의 병까지 덤으로 준다.

게임 - 아케이드나 롤플레잉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인생 게임이다. 여기에선 협소한 의미로 일에 대한 게임이다. 거창한 단어로는 전략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게임이 갖는 속성 중에는 재미 뿐만 아니라 긴장과 속임수가 있다. 그리고 불신이 있다.

사랑 -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직장 동료와 선후배들에 대한 진심어린 예의와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이런 것들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나를 반성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돌아본다. 어차피 똑같다는 생각에 절망하고 만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스스로를 일으켜야 할 일이지만 어렵기만 하다.

아침에 이런 글을 쓰다니.. 어쩜 스트레스가 과한지도 모르겠다.
사람에겐 모두 한계선이 있을 텐데 내 한계선은 어디인가...? 여기다 한계라고 생각하면 한계인 것이고,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넘겠지..

한계 직전에 폭발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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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옛 남친과 뽀뽀 사진~ 어쩌구 하면서 우리 회사 아저씨들이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낼 때 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대강 들어본 내용을 짜 맞추서 생각하길 '노현정 어릴적에(?) 남친이랑 사진을 찍어 싸이에라도 올렸다가 노출이 된 모양' 이런거였다. 그리고 또 생각하길 노현정도 평범하구나. 얼음공주 라더니 남친이랑 그런 사진도 찍을 줄 알고.. 사진이 유출되었다면 소스는 옛날 남친? 그 놈 나쁜 놈. 뭐, 대강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논란의 쟁점은 그게 아니었다.
TV에 나와서 남친 없다고 주장하던 그녀였건만 사실은 1년(어디선 3년이라고도 함) 넘게 사귄 남친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인의 소개로 재벌3세를 만나게 되었고 결국 그 남자가 좋아지게 되어 일방적으로 사귀던 남친에게 이별통보를 하고 결혼 발표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키워드는 양다리, 재벌, 속물, 배신 뭐 이런 단어가 되겠다.

문제의 유포된 사진과 글을 다 사실이라 치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사진의 조작 여부를 떠나 글 자체에서 어딘가 안좋은 냄새가 난다. 악의적인 글이라 별로 안 믿고 싶을 수도 있다.) 암튼 일단 사실이라 치고 나를 그 상황에 두고 질문을 해 보자. 사귀는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소개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나? 설령 상대가 재벌이라 해도? 솔직히 그렇게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논쟁은 쉽게 끝나 버린다. 재벌3세라면 애인이고 뭐고 다 버리고 갈 수 있다는 식의 합리화는 되지 않기에. 돈 없는 사랑보다는 사랑없는 돈이 더 악조건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러나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익스큐즈할 수 있는 많은 정황들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 하는 식의 타이틀이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아니고 설령 결혼을 고민해 보았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처지의 남친이 아니라면.. 굳이 좋은 자리에서 오는 기회를 걷어찰 이유도 없는 것 같고..

아.. 헷갈린다. 이런 것이 시험이라면.. 나를 시험에 빠뜨려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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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넘으신 것 같은데, 암튼 얼마전에 결혼하신 부장님이 한 분 계시다. 같은 층에 있었기 때문에 자주 볼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이야기를 하다가 나보고 '사랑을 놓치다' 란 영화를 꼭 보라는 거였다. 사랑에 대한 많은 토론이 가능한 영화라면서.. 그런데 아직 못보고 있다. 사실 보기가 겁난다. 제목도 겁나지 않은가.. 사랑을 놓치다.

또 어제는 회사 후배랑 이야기를 하는데 나보고 '연애의 목적'이란 영화를 봤냐고 묻는 것이다. 안봤다고 했더니 꼭 보랜다. 그 영화도 사랑과 연애에 대한 많은 토론이 가능한 영화일까? 그 영화에 박해일과 강혜정이 나온다는데 강혜정은 알아도 박해일을 몰라서 누구냐고 그랬더니 '살인의 추억' 마지막에 범인으로 나오는 배우란다. 음.. '살인의 추억'을 안봤다고 했더니 거의 원시인 취급을 한다. 자기는 여섯번을 봤다나.. 근데 난 '살인의 추억' 보기가 겁난다. CSI에서 인체를 해부하고 손과 발이 따로 따로 발견되고 눈알이 뽑히는 장면은 겁이 안나는데, 우리나라 영화는 너무나 허를 찌르는 신랄함이 있어서 겁이 난다. 각오를 하고 보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오해하는 걸까..?

암튼.. '사랑을 놓치다'와 '연애의 목적'을 봐야 그들과 사랑과 연애에 대한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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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예전에 외로울 때면, 나를 믿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귄다면, 단지 그것만은 아니겠죠.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은 '옆에 있어주는 것'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들이라는 느낌입니다."  - O.K.H.

5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이 말을 그 상황을 이해한다. 진심을 가로막는 것은 내 안에 자리한 어리석은 감정일 뿐, 진심은 아무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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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 헤르만 헤세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며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 버리고, 내일이면 벌써

그것을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가 드린 마음을 귀여운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장난할 뿐

내 마음 번뇌에 떨고 있음은 살피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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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일 때 나는 그 이유가 '사랑에 빠질 때가 되어서'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너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무슨 답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보통 여자들은 남자의 많은 단점들을 잘 들추어 낸다. 그러나 그 많은 단점들은 그 남자가 가진 한 두 가지 장점 때문에 모두 덮어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단점과 장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아마도 DNA에 코드화 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타인에게 느끼는 매력이란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 부분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윗 글에서는 여러가지 단점들을 커버하는 그의 매력으로 일견 사소해 보이는 몇 가지 이유가 열거되어 있다. 발가락이 이쁘고, 목소리가 좋고, 무거운거 잘 들고, 라면도 잘 끓이고, 글씨도 시원시원하고, 이빨도 고르게 났고, 테니스도 잘 치고 버스 번호도 잘 외우고, 오래 잘 걸어다니고, 편식 안하고, 공포영화도 씩씩하게 잘 보고, 절약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른다는.. 이 장점들이 일견 크리티컬하게 보이는 단점-장손에다 바람끼에 의처증과 소심함-을 커버한다. 솔직히 말하면 위에 열거된 장점들을 취하느니 단점 때문에 그 남자를 포기하고 말겠다. 그러나 나는 저 글 속에 숨겨진 뭔가가 있다고 믿는다. 뭔가 설명되지 않는 남자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 발가락이 이쁘기 때문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부분이다. 설명하기 힘든 그 미묘함, 상대방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매력에 대해서 말이다.

이것을 설명하려니 그 동안 내가 모아온 Blythe 인형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일렬로 전시되어 있는 내 Blythe 들을 보면 그 인형이 그 인형, 즉 다 똑같이 생겼다고 하신다. 그러나 모두 똑같이 생긴 인형이면 왜 내가 돈을 주고 계속해서 사 모으겠는가? 내가 보기에 이 인형들은 하나하나 너무나 다르다. 머리색과 머리스타일 다른 것은 기본이고 눈화장, 입술 화장, 볼터치색 모두 다 다르다. 그래서 각 인형마다 제각각 느낌이 다르고 하나의 독립된 개성으로 내게 다가 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인형마다 한두가지씩 맘에 드는 것이 꼭 있다. 간혹 별 매력없는 Blythe들이 생산되는데 이런 녀석은 사모으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Blythe 들은 한 두 가지씩 나를 홀리는 뭔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입양은 해 와도 분양은 하지 않는다. 그 한두가지 매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Blythe들의 저 한두가지의 매력처럼 그 남자가 나를 홀리는 뭔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그게 무엇일까? 한번 정리해 보려고 생각을 더듬어 본다.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난다. 꼭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어떤 매력, 그게 뭔가 생각하느라 말이다. 그러나 결국 포기한다. 나를 바라보고 행복해 하는 눈빛일수도 있고 나를 염려하고 생각해주는 눈빛일 수도 있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고 눈물이 나서 목이 메인 목소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모습이건 결국 그것은 그 만의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리고 그라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것, 그저 마음이 마음한테만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것인 것이다. 그래서 질문만 있고 대답이 없는 것이 '넌 내가 왜 좋니?'이다.

답하기 힘들지만 받아보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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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왜 좋니?"

"응?"

"난, 못생겼고, 키도 작고, 돈도 없고, 학벌도 없고, 성격도 이상해."

"응. 알고 있어."

"그리고 장손에다가, 바람끼도 있고, 의처증도 있어."

"응. 다 알고 있지."

"음...... 말주변도 없고, 소극적인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하잖아."

"응. 그런데?"

"그런데라니. 근데 날 왜 좋아해?"

"그건말이지. 너니까."

"에이~ 그런게 어딨어."

"니가 잘생기고, 키도 크고, 돈도 많고, 학벌 좋고, 성격 원만하고, 막내 아들에다가 한 여자만 알고, 의심도 안하는데다가, 말도 잘하고,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면, 니가 왜 날 만나겠니?"

"음."

"사랑이란 그런거야. 완벽한 남자와 완벽한 여자가 만나서 이루어가는게 아니라, 부족하고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채워주는거라구."

"그럼 넌 내가 부족해서 좋은거구나?"

"그래. 하지만 잘 봐. 그대신에 너는 발가락이 이쁘고, 목소리가 좋고, 무거운거 잘 들고, 라면도 잘 끓이고, 글씨도 시원시원하고, 이빨도 고르게 났고, 테니스도 잘 치잖아. 또 말해볼까? 버스 번호도 잘 외우고, 오래 잘 걸어다니고, 편식 안하고, 공포영화도 씩씩하게 잘 보고, 절약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잖아. 그리고 또......"

"야, 알았다. 내가 졌다."

"거봐. 그러니까 인제 그런거 물어보지마. 히히."
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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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베토벤의 가곡집 제목과 똑같아 졌다.
An die ferne Geliebte.  
베토벤은 기악곡만 작곡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성악곡도 많이 썼다. 그 유명한 Ich liebe dich 와 아델라이데(Adelaide)가 그러하고..

눈오는 이 밤에 쌩뚱맞게 왜 이런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번 부산 출장 때 만난 신입사원 이야기를 해 보련다.

미국에서 석사 2년을 마치고 해외공채를 통해 입사했는데 이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여사원. 사람이 많이 모인 출장이다 보니 당근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사원이 있었는데 이 신입여사원은 그 남자가 맘에 안들었는지 관심을 통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같이 지내보아도 남자친구가 있어 자주 전화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한번은 물어봤다. 남자친구 있냐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남자친구 있단다. 혹시나 해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멀리 있어서 못 만나 힘들겠다고 했더니 풀이 죽은 얼굴로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한다. 일년에 한두번 보고 지낸지도 오래되었고 그렇다고 앞으로 잘될 것 같지도 않다나..

세상에 슬픈 일 중의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자주 보지 못하는 일이고,
세상에 슬픈 일 중의 또 하나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만났다가도 헤어지는 일이고,
세상에 슬픈 일 중의 또 하나는 이렇게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는 일이리라.

그러나 정작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지 못하는 이 모든 일들도 시간 속에 까맣게 타버려 재가 되어 흩어지고 그 누구도 결코 다시 모으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랑한다면 멀리 떨어져 지내지 말고,
만약 피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멀리 있어야 한다면 결코 끈을 놓지 말고 잘 붙들어야 한다. 곁에 있었던 것보다 더욱 강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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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초등학생에게 사랑의 반대말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사랑의 반대말은 '누구세요?' 라고 했단다.

웃음이 나지만 한편으론 씁쓸해지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사랑의 반대말을 물어온다면
사랑의 반대말은 '환상에서 깨는 것'이라고 답할랜다.

환상에서 깨어나면 情이 남을런지 몰라도
적어도 아직까지 내가 아는 사랑이란 情보다는 환상인 듯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情이란 환상이 타고 남은 재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반대말을 태워없애버리고 남은 재 같은 것 말이다. 이런 비슷한 말은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은 걸 보니 사람들은 사랑을 두고 비슷비슷한 생각들을 하나봐.

그런데 왜 나에게 情이란 슬픈 모습으로만 보여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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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연구소 옆동네 토지개발공사 앞길을 지나는데, 나무마다 무슨 글자가 적힌 흰 종이가 펄럭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게 뭘까 하고 가만히 보니 종이에는 '생일 축하해!'라고 쓰여있고 마침내 '혜숙아 사랑해!'라고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를 보고야 말았다.

'선영아 사랑해!'의 2탄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러기엔 인적이 너무나 드문 뒷길이고.. 추측컨데 저 카드의 주인공 혜숙씨는 토개공을 다니는 여성일 것이며 그의 애인이 나무마다 '생일 축하해!'를 걸어 놓은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거의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스쳤는데 한가지는 용기있게 '사랑해'가 적힌 현수막을 걸 줄 아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 부럽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나는 저렇게 해주는 사람 없어도 별 불만없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행감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으니 그것은 내가 저렇게 온 마음과 정성을 바칠 대상이 이 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것은 참 건방진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참으로 간절한 생각이기도 하다.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술잔, 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 어쩜 사랑은 이렇게 모순 투성이일지도 모르겠다. '혜숙아 사랑해!'를 플래카드로 만들어 나무에 걸고 너에 대한 내 사랑은 특별하다를 동네방네 광고하지 않아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하며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은 받을 줄 안다. 그리고 사랑은 머무르지 않고 옮겨가는 것임을 알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임을 안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임을 알며 사랑한다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의 사랑한단 한 마디가 천마디 사랑의 말보다 귀함을 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이성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 또한 사랑임을 안다. 영원할 것 같지만 변덕스럽고 한없이 온화할 것 같지만 한편으로 한없이 사나운 것이 또 사랑인 것이다.

사랑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모습으로 올 지 알 순 없지만, 이쯤에서 한가지 소망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고 그것이 어떤 색의 빛을 발할지 알 순 없을지언정 다만 그 사랑이 진심이게 하소서 하고 말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고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심이게 하소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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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풍의 사랑노래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 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 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 내는 것,
이국(異國) 햇빛 속에서 겁없이.

- 시인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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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육바라밀

- 춘원 이광수

님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님께 보이자고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라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을 배웠노라
자나깨나 쉴사이 없이 님을 그리워 하고 님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정진을 배웠노라
천하 하고많은 사람중에 오직 님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선정을 배웠노라
내가 님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님과 나와의 존재도 잊을 때에
거기서 나는 반야를 배웠노라
아 이제 알았노라
님은 이 몸에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투신 부처님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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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스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작가 노희경의 글 中
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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