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가량 포스팅을 못했더랬다. 그러나 포스팅이 없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터..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 내 옆에는 눈에 넣어도 안아픈 이쁜 딸 수연이가 있다.
(아, 옆은 아니구나. 난 출근해서 회사에 있고 수연이는 집에 할머니와 있으니까..)

일상 잡다한 일들은 적는 습관은 수연이 사진 찍고 수연이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로 전환되었고 그 마저도 내가 출근하는 직장맘으로 복귀하자 뜸해진 느낌이 있다. (심지어 백일에 찍어 준 사진도 정리를 못했다!)

결혼 1,000일은 그냥 나만 알고 지나갔다. 신랑 휴대전화 일정표에 적어두긴 했지만 그날 과연 알람이 울리긴 했을런지.. (사실 신랑은 그 주에 무척 바빴다. 주말에도 출근을 했었고 그 주에 밤을 2번 이상 새면서 일했다.)

집에 와계신 시어머님은 이번주로 임무(?)를 마치신다. 우리 수연이는 이제 어디로 가나.. 일단 대전으로 간다. 수연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육아 전담이 되어주실 예정인데 나는 오늘 아침부터 수연이 얼굴이 어른거려 이번 주말에 대전에 떼어놓고 서울에 어떻게 올라오나 걱정이다.

수연이가 이제 100일이 지났으니 갓난아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함께 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다른 많은 직장맘들을 보면서 그들의 경험을 들으며 위안도 삼고, 나는 어떻게 해내갈지 가늠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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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프를 설치했다. 아니,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로밍폰은 국제전화료가 너무 비싸고 가지고 간 VoIP 전화기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무선랜만 되면 VoIP 연결이 거의 아무 문제 없었는데 요즘에는 잘 안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구세주 스카이프가 있으니, PC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화상으로 얼굴 보며 채팅까지 하며 통화료 걱정없이 한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신랑은 출장 가서 감기에 또 걸려버려 콜록콜록이다.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냥 무리 안하고 잘 지내다가 건강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 들어 가는지 예전에는 생각도 않던 가족들 건강과 안위 걱정에 우울해 지곤 한다.
우리 부모님, 동생 식구들, 특히나 조카들, 신랑, 시댁 식구들 등등..
에구.. 걱정하고 잔소리해본들 뭣하랴..  나 조차도 내 건강을 못챙기는 것을..
인생은 걱정 때문에 고달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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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 사실 뭐 결혼 전에도 생일을 이벤트라 여겨 특별한 일을 만들어 본 적은 없다. 그저 생일이니까 생일을 핑계로 평소 사고 싶었었던 것을 사서 쓰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이번엔 신랑을 졸라 덕산 스파캐슬에 다녀왔다.
일요일인 어제 내려가서 오늘 올라오는 일정이었는데 남들과 하루 차이가 나니 의외로 한산하고 좋았던 것 같다.

덕산 스파캐슬 숙박권은 인터넷을 통해 구했다. 스파캐슬 회원이 숙박 쿠폰을 파는 예가 종종 있는 것 같았다. 숙박권 사면서 천천향 50% 할인 입장권도 샀는데, 이건 사용하지 못했다. 일요일인 어제는 나이트 스파를 이용했고, 오늘 종일 스파를 할 생각이었기에 나이트 스파는 40% 할인 가격으로 그냥 이용했는데 정작 오늘은 스파 입장 안하고 주변 관광 후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에.. 약간 일정 착오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덕산 스파캐슬을 택한 이유는 첫째로 서울과 가깝고, 둘째로 신랑이 좀 쉬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나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싶기도 했으나, 신랑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매일 날 밤 새는 프로젝트라서 강제로라도 쉬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내일 부터는 2주간 또 해외출장이다.  휴우....

신랑 감기가 꽤 오래 간다. 나처럼 콜록 거리는데, 내가 잘 챙겨주는 성격도 아니고.. 그냥 방치 상태이다. 한가지 신경 쓴 것이라고는 정관장 홈삼천하 120 파우치를 샀다는 것일 뿐.. 홍삼이 면역력에 좋다는데 이미 감기 다 걸려놓고 먹어본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먹지 않는 것보다 먹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신랑이 해외에서도 하루에 2개씩 잘 챙겨 먹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덕산 스파캐슬은 온천이라기엔 좀 추었더랬다. 노천 온천이라서 그런 것일까? 해미원도 좀 썰렁했고 말이다. 내부의 사우나 시설 안에 있는 온천이 최고 43도. 이 정도는 되야 몸이 노곤해 지는데 말야... 물놀이 시설인 파도풀은 2번 탔는데 나쁘지 않았고, 2명에 2천원인 마스터 블레스터는 스릴 있었으나 좀 무서웠다. (신랑은 좋아했다. 신기하게도 신랑은 이런 거 참 좋아한다.. )

5시 이후에 입장하는 나이트 스파였는데 9시까지 4시간을 실컷 놀다 나오긴 했다. 찜질방도 기웃하고, 저녁은 스파 내 시설에서 간단히 우동으로 해결하면서 말이다. 조금 더 따뜻한 물에 푹~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건 다음 기회에.. 신랑도 이번 스케쥴이 괜찮았다고 말했주니 나도 나쁘진 않고.. (근데 내 생일 이벤트가 아니라 신랑 재미있게 해주기 이벤트 같았다.. 난 그 부스러기로 즐긴 것 같고..ㅋㅋ)

객실은 23평형 테마룸에 묵었는데, 위치상으로는 가장 전망이 좋을 법한 9층 가운데 방이어서 좋았다. 일요일 밤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좋은 방을 준 것 같은데, 좀 추웠다. 온도를 올려도 공기가 그리 따뜻해 지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12시에 체크아웃 하고 수덕사에 들렀다가 서울에 오니 오후 4시가 좀 넘는다. 수덕사 주차장 산채비빔마을(정연식당)에서 더덕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수덕사에 올랐다. 수덕사는 정말 오랜만에 가는 건데 그 때와 많이 달라져 깜짝 놀랐다.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수덕사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도 들어와 있고 말이다. 대웅전 나무는 더 나이들어 보이는데...

수덕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국화차 5천원 어치와 헛개나무 5천원 어치를 샀다. 국화차를 사고 나니 그 옆집에서 파는 국화차가 더 좋아보여 다시 5천원 어치를 더 사고, 도라지를 섞은 마 가루를 샀다. 기관지에 좋다는 말에 혹해서 말이다. 헛개나무는 지방간에 좋다기에 혹해서.. 이건 내가 마셔야 할 듯 하다. 참고로 헛개나무 효험은 나무 껍질이란다. 그래서 슬라이스로 썰어 놓은 헛개나무 보다는 그냥 나무 줄기를 길이로 썰어놓은 헛개나무를 사는 게 낫다고 한다. 헛개나무보다 20배 효험이 좋은 게 벌나무라고 하는데.. 이건 다음에.. 처음 들어본 거 라서 잘 모르겠다.

이렇게 수덕사를 둘러보고 우리는 서울로..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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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프로젝트 때문에 너무 바쁘다.
하루에 3시간도 잠을 못자고 일하는 것 같다. 어제는 아예 꼴딱 새버렸다.
체력이 고갈되어 오늘은 일찍 들어오겠다고 했는데, 그래봤자 12시 넘어서다.
회사에서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는 있는지, 이번 주말에는 일 끝나고 쉴 수는 있는 건지..
이번 일요일, 월요일엔 이벤트로 가까운 스파에 쉬러갈까 계획 중인데 그냥 접고 집에서 쉬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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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집에서 일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충실히 했다.

사실, 이번 주말은 청계천에서 한다는 세계등축제 구경도 하고, 서점에서 책도 좀 고르고, 신랑 옷도 좀 사고 등등..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 바로 직전 금요일, 신랑 일에 폭탄이 떨어져 신랑이 눈코뜰새 없이 바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신랑은 컴퓨터 앞에 꼼작없이 매여있고 나는 그냥 때되면 밥 차려주고 내 할 일 하며 뒹굴거릴 수 밖에..

그래도 이번 주말엔 이것저것 많은 요리를 실험했는데 모두 잘 성공한 듯 하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하고 나니 그 다음 국거리로 떠오르는 건 쇠고기무국..
밥은 잡곡이 있어 물에 불렸다가 햇쌀과 함깨 새로 짓고, 냉동실에 넣어둔 조기 두마리를 구워 내어 반찬을 삼는다. 김치는 배추김치와 동치미가 있으니 되었고 쇠고기무국만 잘 만들면 될 듯 싶다.

어차피 무를 사러 마트에 가야 하기에 집에 있는 식재료들을 살펴본다. 고구마, 감자, 단호박이 있다. (주로 장기 저장식품이..ㅋㅋㅋ)  네이버 키친의 도움을 받아 고구마, 감자, 단호박을 주로 하는 레시피를 몇 개 찾아내고 집에 없는 재료는 메모해서 장보기에 나섰다.

아래는 내가 선택한 레시피들이다.

쇠고기무국
 
http://kitchen.naver.com/recipe/180942


으깬감자 치즈샌드위치

http://kitchen.naver.com/recipe/124916


고구마라떼

http://blog.naver.com/cggirl1004/100091415941


단호박요구르트

http://yeye-foodbank.co.kr/2009173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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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감기에 걸렸다. 열은 별로 없고, 목이 조금 아프고 기침을 하는 증세로 약국에서도 문진을 좀 하더니 기침감기약을 내 준다. 먹어도 별 차도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신랑은 몸은 멀쩡하다며 출근했다. 멀쩡하다며서도 콜록대고, 1주일 째 거의 비슷한 상태인데 괜찮은 걸까?
신랑이 아프면 옆에 있는 나도 저절로 힘이 빠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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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신랑의 두번째 해외 출장, 이번엔 가까운 대만에 4박 5일 비교적 짧은 일정이다.
내일이 돌아오는 날이었는데 이럴수가..  하루가 연기되었다고 한다. 안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이번에도 연장되는 건 아니지? 했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난번 암스텔담에 갔을 때는 애초 일정보다 일주일이나 더 뒤에 왔고 이 때는 참...
일주일보다야 하루는 양반이지만.. 집에 혼자 있는 난 너무나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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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저녁 8시 30분에 퇴근을 했다. 신랑에게 전화하니 9시에 퇴근하겠다고 한다.
그럼 10시쯤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집에 와 저녁상 궁리를 하면 될 듯 하다.

음.. 막 아파트에 들어서는데 경비아저씨가 부른다. 209호에서 반상회를 하니 얼른 가보라는 것이다. 헉, 갑자기 웬 반상회? 저녁 차리기도 바쁜데 반상회까지? 무슨 안건으로 급히 반상회를 하나 물어보니, 전경련회관 재건축에 대한 논의라고 한다. 전경련 회관은 벌써 몇 달 째 철거작업 중으로 이제 건물 1~2층만 부수면 흔적이 사라질 판에 생뚱맞은 대책회의라니..

물론 전경련회관 철거 작업으로 매우 소란하기는 하다. 아침마다 건물을 부수는 소리에.. 등등.. 그리고 철거 작업이 끝나면 곧 지하로 땅을 파내려 갈테고 이내 초고층 빌딩 건축 사업이 시작될테지.. 음.. 그 때까지 내가 이 집에 살고는 있으려나?

암튼.. 저.. 저는 반상회 못갈 것 같아요.. 경비아저씨한테 말하고 후다닥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시작하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꼭 참석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띵동~ 초인종이 울리고 반장 아주머니가 쫒아 오셨다. 갈등이 된다. 참석을 안하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매우 미안해질 것 같다. 그렇지만 참석한들 뭘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 전경련 신축을 반대라도 할 것인가? 아무 생각없이 서명을 해준 것이 마구 후회가 된다.

'주민으로써' 라는 타이틀에 마구 찔리고 머릿수라도 채워 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반장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맘이 생기지만 이미 난 저녁 준비로 한창 바빴던 것이다.

호박, 감자, 두부를 넣는 식상한 된장찌개에서 벗어나, 봄동 같은 배추잎을 넣은 맑은 된장국을 끓여본다. 무우와 파를 먼저 넣어 시원한 국물맛을 내고 야채를 건져낸 후, 여기에 멸치액젓과 된장을 푼 후 배추를 썰어 넣으면 끝이다. 표고버섯이 들어가 주면 좋지만 없길래 생략. 대신 콩나물을 조금 넣어 응용을 해본다.

주말에 골뱅이 맛살 고추냉이 샐러드를 해봤는데, 골뱅이는 똑 떨어지고 남은 재료로 샐러드를 새로 만들어 본다. 파프리카와 맛살 위에 고추냉이 소스를 얹은 후 계란을 삶아 장식해서 골뱅이가 빠진 재료의 빈곤함을 달래보기로 했다. 고추냉이 소스는 양파다짐에 식초와 꿀, 와사비와 올리브유가 주재료다. 소금 약간을 넣고 미니 믹서에 돌려 부드럽게 소스를 만들면 된다. 지난 번에 믹서에 돌리지 않고 양파를 칼로 다져 섞었었는데 오늘은 문득 잘 갈아보자 모드로 응용..  잘 섞이니 훨씬 맛이 나은 듯 하다.

사실 이 모든 응용은 super recipe라는 작은 요리책에서 나온다. 매우 유용한 책이이서 월간 정기구독을 할까 생각 중일 정도다. 사실 상상인들 했겠나.. 내가 이 책을 보고 오이 소박이를 담글 생각을 하고 또 담갔다는 것이.. 또 쓰고 남은 애호박과 감자를 보고 뭘 만들까 궁리하다 감자를 갈아 옹심이를 빚어 호박을 채썰어 넣고 감자 수제비 같은 옹심이 국을 끓일지... ㅋㅋㅋ (근데, 모두 맛있었다. 오이 소박이는 절인 후 물에 씻는 걸 잊어 조금 짜긴 하지만..)

결국 살림이란 필요하면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엄마와 시어머님 반찬도 다 동이 나버리고, 마트에서 반찬 사기는 끔찍스러울 시점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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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00일은 서로 신경도 안쓰고 지나갔다. 결혼 1년이 다가오면서 300일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겠지. ㅎㅎ.

그나저나 오늘은 일이 많아 늦게까지 난 야근 중인데, 신랑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 미국 이민을 간 오랜 친구가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모이기 때문에 나도 동참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딱히 오라 부르지도 않고 또 나도 일 때문에 나가기도 어려운 차에 전화가 왔다. 1차 끝나고 2차를 우리집에서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냐는 것이다.

앗.. 덜컹..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

"저기..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정리도 잘 안되서 좀 그런데.. "
"어.. 괜찮아.. 먹을 건 사가지고 가면 되고.. "

음.. 핑계엔 처방이 있으니 차라리 솔직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음.. 그냥 밖에서 2차 하면 안될까..?"
"... 그러지 뭐.. "

간단하게 전화를 끊고 나서 일하다가 집에 갈 즈음, 갑자기 신랑에게 미안해 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난 결혼하면 신랑 친구들 집에 와서 놀아도 전혀 신경 안쓰고 맛있는 거 마련해 주며 재밌게 지낼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게다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사는 친구가 정말 몇 년 만에 들어온 건데 말이다.

혼자 미안해져서 신랑에게 전화를 건다.

"저기.. 친구들이 뭐라 안그래요? 집에 못오게 한다고..."
"어.. 다 잘 이해해.."
"... "

친구들 모두 다 결혼한 몸이니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좋아할 아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 난 좀 다를 줄 알았다. 역시 결혼이란 해봐야 안다.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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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간 못쓰던 글들을 왕창 쏟아붓는 듯 하다. 연달아 쓰고 또 쓰고..
(이게 다 신랑이 집에 없어서라니까.. )

동네 이마트에 가려고 시계를 딱 봤는데 밤 10시 15분 전, 그러니까 밤 10시에 문닫는 이 동네 이마트에서 장보는 건 포기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일하고 있는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빵과 우유를 좀 사다줄 수 있냐고.. (좋게 생각해서) 종일 바쁘게 일하느라 나한테 말해주는 걸 잊었겠지만.. 돌아오는 신랑의 말.
"그건 좀 힘들겠는데.. 오늘 밤을 꼬박 새야할 것 같아.."

헉 결혼 후 첫 외박인데 이렇게 듣게 되다니... 충격 충격. 그리고 실패해버린 목소리 관리.
아마도 신랑은 내가 못마땅해한다는 걸 눈치챘으리라.. 그렇지만 아마도 그 이유에 대핸 전혀 감잡지 못했으리라.. 내가 '밤새 일하느라 외박'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못마땅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일찍 전화해서 알려주고 이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 늦은 시간에, 그것도 나와 전화하는 중에 "그건 좀 힘들겠는데.. 오늘 밤을 꼬박 새야할 것 같아.." 하는 식으로 전하는 스타일 때문에 못마땅해 한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별 수 있겠나. '외박 절대 불가! 지금 당장 빵 사서 들어오시오~' 할 자신도 없으니..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할 밖에..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도 갖고, 글도 충분히 쓸 수 있고, 글을 쓰면서 또 한번 생각할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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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엄마가 서울에 급~ 오셨다.
오전에 '엄마 부추 김치가 먹고 싶어'하고 문자를 날렸더랬는데 엄마가 문자를 보시고 부랴부랴 장을 보신 뒤 기차타고 상경, 영등포역에 가서 엄마를 맞았다.

엄마의 바구니에는 내가 좋아하는 각종 음식들이 그득그득~
정말 싱싱하고 침이 고이는 꽃게무침과 짭잘매콤한 굴젖, 조림용 은빛 멸치와 부추, 돌미나리, 취나물로 가득차 있었다.

이미 조리를 해오신 꽃게무침과 굴젖은 냉장고에 넣고, 돌미나리는 여러번 씻고 손질해서 체에 얹어 물기를 빼고, 취나물은 한번 씻어 끓는 물에 넣고 데쳐 삶아 건진후 꼭 쥐어 짜서 물기를 빼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내가 미리 무쳐 둔다고 하자 먹기 직전에 무치는게 맛있다고 엄마가 말린다.

부추는 부추김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손질해서 두고 김치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와 마늘, 액젓과 깨소금이 들어간다. 새우젖이나 배즙 같은 부대재료가 없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김치양념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추김치에는 잔파나 파 같은 야채를 첨가하지 않아야 한다. 부추 향과 맛으로도 이미 충분하니까..

멸치는 식용유와 들기름 둠뿍 넣은 팬에 충분히 볶은 후, 설탕과 올리고당 시럽으로 코팅을 해주면 완성.

취나물은 된장, 마늘, 깨소금으로 무치고 돌미나리는 신선한 상태에서 고춧가루, 마늘, 식초, 깨소금, 간장이 들어간다. 잔파나 남은 부추를 좀 넣어줘도 된다.

오늘 아침엔 엄마 일찍 일어나셔서 냉장고에 들어있던 무 반토막과 멸치로 시원한 무우국을 완성하시고, 주문진산 미역으로 미역국까지 한 냄비 끓여두셨다. 잘 포장해서 얼려두면 한달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와 함께 요리하는 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혼자서도 너무 잘 하셔서.. 음식이 뚝딱 만들어지는 줄만 알고 살다가... 이런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랑의 잘 쓰는 말, 장모님의 은총이다.

뭐.. 이제 나도 잘 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엄마 손이 간 반찬들이 더 먹고 싶고 맛있겠으나..  신랑에겐 아내의 손맛도 필요한 것이겠지..

암튼.. 이렇게 엄마는 나에게 또 은총을 베푸시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셨다.
지갑을 다 털어보니 만원짜리 7장이 있어 반찬값에 차비라고 드렸지만 괜시리 죄송해지는 것이다. 엄마 Thank you~ 감기는 빨리 나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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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신랑과 여의도 공원을 빙 둘러 국회도서관에 갔다.
예전부터 함 가보자 했던 곳인데 미적거리다가 오후 2시쯤 집을 나섰고 5시까지 도서관 둘러보고 책 구경하다 왔다.
국회는 목련과 개나리 그리고 피다 만 벗꽃과 푸릇한 잔디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저 안에서 맨날 일 안하고 쌈박질을 한다는게 웃음이 날 정도로...
잔디밭에서 도시락 먹는 사람도 있었고, 도서관 안엔 앉을 자리가 한 두개 밖에 안 날 정도로 사람들이 꽤 많이 방문해 있었다. 노트북PC를 가지고 와서 열심히 리포트 작성하는 사람, 뭔가 열심히 자료 복사하는 사람, 디지털자료실에서 DVD를 빌려 영화를 보는 사람, 인터넷이 되는 PC에서 자료 검색하는 사람, 적당한 자리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 등등..
나는 최신자료실을 둘러보았다. 최근 2개월 신간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서점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잡지도 맘껏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돈 내고 사보기엔 뭣하지만 한번쯤 봐둘 만한 잡지를 읽고 싶다면 국회도서관에 오는 것이 좋을 성 싶다. (한달에 한두번 쯤 주기적으로 방문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한이 나며 으슬으슬 춥고 기침이 많이 나더니 토요일밤, 그리고 일요일 밤 끙끙거리며 아파버렸다. 기침나면 안되는데.. -_-;; 게다가 오늘은 시댁에 제사가 있다. 시할머님 제사라고 한다. 칼퇴근,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 조금 빨리 퇴근해서 시댁에 가야한다. 가서 골골거리고 있음 보기에도 안좋을텐데.. 흑흑..

결혼을 하고 나니, 내 몸 아픈데 신경쓰이는 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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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요즘 일이 많다. 늦을 거라는 걸 알고 먼저 일찍 잘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전화를 해보았더니 역시나 한창 일하는 중. 아무래도 먼저 자야할까 보다.

사실 오늘은 200일 기념일. 별걸 다 챙긴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생활의 작은 기쁨이기도 하기에 잊지 않는 한 100일 단위 기념일은 기념해 볼 생각이다. 거창한 이벤트로써의 기념이 아니라 잠시 돌이켜보고 다시 또 함께 지나가야할 나날들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자는 이정표로써 말이다.

뭐.. 미안하지만 일단 난 잠이 쏟아져 오므로 잠을 청하러 가야겠다.
신랑 머리맡엔 작은 선물을 놓아두었다. 먼저 잠드는 게 미안하지만.. 들어와서 선물을 발견하고 잠든 나를 바라보며 200일을 기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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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아침에 눈을 뜨면 신랑은 벌써 출근한 뒤다. 우리 엄마가 아시면 나를 막 나무라실 일이다.

마음은, 정말 마음은 나도 신랑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침도 챙겨주고 옷 입는 것도 봐주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이런 노멀한 아내의 모습은 결혼 3주차가 지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매우 현실적으로 고민을 한다. 어차피 아침에 밥을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신랑에게 뭘 주면 좋아할 것이며, 나 역시 준비하는데 부담이 없을까 하는..

떡을 사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꺼내 데워 먹기,
시리얼과 우유의 배합,
사과와 달걀 후라이,
식빵과 과일쨈 그리고 요구르트..

심지어 fresh한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마트에 수시로 가야하는 불편함이 싫어서 식빵과 요구르트 제조가 가능한 오성 제빵기를 살까 하는 생각까지..

어쨌거나 뭘 해먹느냐보다 요점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데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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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러닝 머쉰이 설치되고야 말았다.

모델명: SKYLINE 803TV, 6인치 액정TV가 달려있는 거 빼고는 평범한 가정용 러닝 머쉰이다.

집에 러닝 머쉰을 설치하고 신랑이 내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여기 옮겨 놓는다.

"움하하~설치하고 시운전 마쳤다~ 앞으로 네 지방이 강처럼 녹아흐르리라~ 몸짱 재은~"
(2009.02.04 오후 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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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타의 미니가계부를 5개월 정도 쓰다가 네이버 가계부로 잠깐 옮겨 탔다. 약 20여일 네이버 가계부를 쓴 것 같은데 금방 기능에 한계를 느껴 다시 모네타 가계부로 돌아갈까하는 생각 끝에 결국 유료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이지데이와 머니플랜을 포함해 한 세가지 유료 가계부를 trial 해 본 끝에 결국 머니플랜으로 결정했다. 머니플랜의 유료가계부는 연간 4만5천원 사용료를 내야하므로 온라인 가계부 중 꽤나 비싼(지금까지 알아본 결과 가장 비싼) 가계부이다.

기능에 만족하냐고?

일단 복식부기 가계부라는 장점을 내세운 가계부이니 만큼 계정간 흐름에 한 눈에 볼 수 있어 꼼꼼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은행, 신용카드, 증권사들과 online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장점으로는 '거래 나누기', '이체연결' 등 다른 가계부에는 없던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간 불편한 점도 없진 않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기능으로 인해 다른 가계부보다 현금흐름과 지출관리에 강한 가계부라고 생각되어 선택하였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리포팅(보고서) 기능인데 내가 원했던 것은 어느 부분에 지출이 가장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출내역과 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나가고 옮겨가고 어떻게 늘어나는지 등의 자산변동을 한 눈에 그래프로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머니플랜이 제공하는 보고서 기능은 약간 복잡스럽고 한 눈에 잘 안들어온다.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챠트의 경우 모양이 이쁘게 안나온다. 이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1년 정도 잘 써보기로 했다.

신랑은 머니플랜의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보고는 그거 꾸준히 잘 할 수 있겠어 하며 의문을 표시하지만, 모르시는 말씀. 이미 모네타 미니가계부로 5개월 이상 가계부 습관이 베어있단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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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예전 같지 않다.
일단 이번 설 연휴는 앞이 길고 뒤가 짧다.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설 끝나고 대전 가기엔 무리인 것 같고 그렇다고 일찍 다녀오려니 그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엄마는 연휴 짧고 길 막히니 아예 설 지나고 주말에 오라고 하신다. 괜히 억울한 기분에 짜증이 추가된다. 울 엄마 아빠는 딸만 둘이고 시댁은 아들들이 있는데 말이다.

동생도 시댁에 가야해서 설 전에는 힘들다고 한다. 아들이 없는 우리 부모님은 설날 아침을 두 분이서 단촐히 맞게 생기셨다. 예년 같으면 내가 모시고 큰 집에 가면 되는 것인데.. 이번엔 두 분이 어케 하시려나..

이런 걱정을 한켠으로 하고 나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가며 시댁 식구들 선물들을 챙긴다. 필요하신게 정확히 어떤건지 몰라 인사치레로 별 문제 없을 법한 건강식품들을 고른다. 대전 식구까지 챙기니 7개나 사게 된다. 그래도 부족함이 있을까 싶어 시댁에 전화를 걸어 여쭤봐야지 생각한다. 아버님이 신랑에게 너는 우리보다 장인, 장모에게 더 잘해라 잘해라 계속 말씀하시지만 신랑은 그걸 몸소 실천하는 것 같진 않다. 그래야한다라고 생각만 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으니 신랑 퇴근하고 집에 오면 설겆이를 시키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곤 한다.

음.. 점점 아줌마다워 지는 것 같다. 달리 아줌마가 아니다. 시댁 생각, 친정 생각, 명절 걱정에 각종 집안일들. 지난 주엔 코스트코에서 사온 햄을 처리하기 위해 부대찌개를 끓였는데 제법 맛이 괜찮았다. 신랑 왈, 이젠 제법 아줌마 티가 나는데? 한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보고 음식을 뚝딱 만드는 솜씨가 늘었다는 소리긴 했으나.. 별로 반갑진 않았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렇게 시간이 간다.
너무도 평범하고 너무도 안정적이지만 어딘가 한 편에 아쉬움이 자리잡고 가끔 고개를 쳐들곤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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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부터 신랑은 기부를 하거나 남을 돕는 일을 하자고 말해왔었다. 각자 일 하면서 돈 벌고 있고 우리 둘이 그냥 먹고 사는데 힘들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곰곰 생각.
기부나 봉사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돈 나가는 것이 선뜻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내 생각은 만약 기부를 한다면 그냥 자선단체에 돈만 내는 무성의한 기부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고,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누굴 돕는지, 그 누군가를 도와서 어떤 효과가 있는 지 알지도 못한 채 기계적으로 자동이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누굴 도울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나는 결손가정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칫 잘못하면 범죄의 길로 갈 수 있는 아이나 소중하고 가치있게 보내야 할 유년시절을 환경에 의해 낭비하는 안타까움을 가진 아이를 돕고 싶다.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알지 못하는 그늘이 있고 이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참으로 마음 아프고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사회시설 중에 퇴교하고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모아 공부도 시키고 유치원이나 공부방 역할을 해주는 곳들이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시설도 좋지 않고 봉사하는 사람도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곳 중에 내가 기여할 만한 곳이 있을까? 퇴근 후나 주말에 신랑과 함께 가서 애들 공부도 좀 봐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그럴 만한 곳이.. 찾아보면 아마도 너무 많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매달 10만원이라도 기부를 하자는 착한 신랑.
이런 신랑에 영향을 받고 조금 더 도울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나.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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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란게 뭐 거창한게 아니었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집 소개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임을 위해 청소하고 음식을 마련하는 것(직접 하거나 사거나). 모였을 때 좋은 분위기를 위해 적절한 놀이거리나 이야기 소재를 마련하는 것(내 경우 닌텐도 Wii가 모든 사람이 다 즐길 수 있는 놀이거리를 제공해 주었기에 30여만원 들인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결혼한지 4개월인데 그간 4번을 한 셈이니 한 달에 한번 꼴이다. 빈도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다 모아서 하는 것 보다는 효율적이고 재밌었으니..

첫번째, 울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식구들과 밥을 먹었다. 메뉴가 뭐였더라.. 9월에 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거린다.

두번째, 시부모님과 신랑 누나 식구들과 밥을 먹었다. 이마트에서 한우를 사다가 구웠는데 맛도 좋았고 시아버님이 좋아하셨다.

세번째, 시부모님, 신랑 형님 식구, 시댁 작은아버님댁들과 그 식구들 그리고 미국에서 잠깐 들어오신 시고모부님. 한마디로 시댁 식구들이 총 출동한 모임이었다. 집 근처 괜찮은 뷔페식당을 잡아 식사를 한 후 울 집에 모여 담소를 나누다 헤어졌다. 시댁식구들 대부분이 조용조용한 성품이신지라 차분하고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네번째, 신랑 대학 친구들과 그 부인들, 4가족이 모였다. 이 모임에는 결혼 전에도 세네번 참석했기 땜에 이미 친해진 상태. 노량진에서 회와 매운탕거리를 직접 사와서 서비스했다. 매운탕은 신랑이 끓였다. 난 별로 한게 없으나, 맛은 정말 좋았고 다들 좋아라 했다.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며 재미있게 놀다가 헤어졌다. 4~5집이 모이는데 접근성이 가장 좋은 우리집이 아지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별 부담은 없다. 나도 집에 누가 찾아오는 걸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도 가까운 회사사람들, 그리고 내 친구들 불러 한두번쯤 더 모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때는 또 무슨 음식을 마련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뭐.. 신랑이 다 알아서 할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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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가 런칭될 때마다 여기는 난리 부르스다.
언제나 그렇듯이 촉박한 개발일정, 별로 똘똘하지 않은 개발 PM, risk를 싫어하는 운용부서, 런칭 일정만 따지는 owner 들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하루 하루 일이 넘쳐나고 있다.

결혼 100일 기념일(?)에는 뭘하고 놀까 하고 고민하던 것이 결혼 한달이 되던 날이었는데 실제로 그 뒤로는 하루 하루 일이 많아 날짜 세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난 이 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다. 새벽 2시 반 쯤 집에 전화 했더니 역시나 신랑, 잠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 더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자라고 이야기해두고 일 마무리를 한다. 슬프게도 이 날 적용키로 했던 서비스는 적용을 중단시켰기에.. 시험 기간 중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최종 확인 때 발견이 되었고.. 그걸 덮고 가기엔 문제가 더 커질 것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stop 이라고 의사결정해야만 했던.. 그걸 발견한 것도 나이고 미리 확인을 못 시켜둔 것도 결과적으로는 내 불찰이니.. 문제는 내 손에 발견이 되었지만 불행히도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우울해졌다. 암튼, 적용 실패에 대해 상무님과 관계자들에게 쪽지를 쓰고 난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날이 결혼 100일째 라는 것을 다음 날에나 알았다. 다행히도 무딘 신랑 역시 100일인지 90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둘 중 하나만 아는 것보다 둘 다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착한 신랑, 인지하지 못한 채로 휙 지나가버린 100일을 내가 무지 서운해할거라 생각한 것인지 오늘은 날 밖으로 불러내 준다. 어제도 적용 실패건에 대해 내가 서무 시무룩하게 있어서 위로라도 해주려는 걸까.. (글쎄, 이 사람 그렇게까지 세심하진 않는데..ㅋㅋ)

4지 선다형 문자가 휙 날아온 것이다.

1번 시립미술관
2번 세종문화회관미술관
3번 태양의 써커스
4번 기타

음.. 뭘 할까나.. 고민 끝에 3번을 택했다. 나는 작년에 태양의 써커스단의 퀴담 공연을 보았지만 신랑은 보지 못했고 이번엔 음악이 더 훌륭하다는 알레그리아라고 하니까..

그렇지만 나에겐 이벤트 아이템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을 것 같기 때문에. 100일이면 결혼이 지루한 시간은 아닌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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