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때] 2007년 8월 18일
[책 구한 곳]
사내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
[서지 정보]
제목 : 르네상스
부제 : 카를로스 곤 자서전
지은이 : 카를로스 곤
옮긴이 : 오정환
펴낸곳 : 도서출판 이레
2002년 9월 20일 초판
2005년 12월 25일 초판 3쇄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르네상스'라는 큼직한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고 그 아래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빨리 읽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카를로스 곤은 프랑스, 브라질, 미국의 미셰린에서 초고속, 최연소 경력을 갈아치우며 18년간 경력을 쌓았고 위태로운 경영 상태에 있던 르노의 넘버 투 자리에 스카웃되어 프랑스 파리에서 일했다. 1999년 르노가 닛산과 제휴 합병하였을 때 일본으로 날아가 닛산을 살려내었다.
책에서 다루는 부분은 레바논인 할아버지의 브라질 이민이라는 역사부터 닛산을 회생시키기까지의 인생, 경영 이야기이다. 그 뒤 르노 슈바이처 회장의 은퇴 후 르노 CEO 자리를 이어 맡아 르노와 닛산이라는 거대 기업의 CEO가 되었고, 2001년 르노가 삼성자동차의 자산을 취득하여 한국과의 인연도 시작되었다.
몇 달전 싱가폴에 출장 갔을 때 현지 협력사 직원의 차를 타게 되었는데 신형 SM5랑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이 차 한국차 아니냐고 했더니 닛산차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SM5인데 왜 닛산차라고 하는 건지 의아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좀 무지해서 그랬던 거고, 실제로 우리나라 부산의 삼성자동자 공장에서 만들어진 SM5가 외국에서 닛산 브랜드로 팔리는 것 뿐이었다. 르노-닛산-삼성의 CEO는 모두 카를로스 곤인 것이다.
신문에 등장하는 카를로스 곤의 사진을 보면 냉철하고 냉정하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실제로 자서전을 읽어보아도 멈출 줄 모르는 의지가 느껴진다. 정확한 판단력과 신속한 결정, 문제해결의 귀재, 남들이 믿지 못할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밀어부치는 엄청난 추진력, 숫자로 문제를 분석하고 숫자로 목표를 주는 경영자,정말 열심히 일하는 최고 경영자. 다른 건 몰라도 부도 직전의 닛산을 살려낸 것은 참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곤 회장은 닛산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칭찬을 책 여기저기에 써 놓았는데 스스로도 닛산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며 따라와 준 것에 놀라움과 감사를 표하고 있다.
책의 여러가지 내용 중에 CFT(Cross Functional Team)에 대한 이야기만 옮겨 보려고 한다. 책에는 우리말로 복합기능팀이라고 해석해 놓았는데 여러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전담반을 말한다. 보통 지원, 구매, 연구개발, 마케팅 등등 한 회사에는 각 직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따로 있게 마련인데 이들이 서로 업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따로 놀며 자신은 잘 하고 있는데 다른 조직이 못하고 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가 일쑤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도 찾지 못한다. 한마디로 직무간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시너지를 낼 수 없고 꽉 막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직무와 직무, 부문과 부문이 한데 모여 정의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CFT 인 것이다.
이러한 CFT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사람이 바로 카를로스 곤이었다. 그가 북미 미셰린에 있을 때 CFT를 만들어 실행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르노에 와서도 닛산과 제휴할 때 CFT-이 때는 CCT,Cross Company Team이라고 명칭-를 만들어 좋은 효과를 얻었다. 닛산 내부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CFT 운용방안을 정교하게 다듬에 활용하였다. 이것은 제품의 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데 효과적인 결과를 내었다. 이런 효과 때문인지 CFT는 이제 일반화된 용어이다. 우리 회사에도 물론 있다. 주로 TFT가 많기 한데 이것은 아직까지 CFT가 제 역할을 발휘할 만큼 강력한 리더쉽을 못받고 있고 사내에서 이해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요즘 학습하고 있는 경영과정을 떠올리면서 현장의 강력한 리더 카를로스 곤의 자서전을 흥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카를로스 곤은 경영자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그의 학력을 보면 알겠지만 그나 잭 웰치나 모두 이공계 학생이었다. 카를로스 곤은 고등학생때부터 비즈니스에 관심은 많았으나, 교사가 조언하길 수학을 너무 잘하니 일단 이공계 대학에서 공부하고 비즈니스는 그 후 석사나 박사과정을 통해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판 MIT에 들어갔고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미셰린에 스카웃되어 일찌감치 현장과 경영분야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MBA 과정은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고 그것을 실제 실천하는 것은 경영자의 자질 문제다.
현재 정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의 자서전이다 보니 지금 그 사람은 뭘할까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CEO의 삶이란게 항상 그런 것이려나.. 위기 극복을 위해 한참 달려 성장세를 이루고 계속 가속하여 나아가야 하는데 주변환경이라는 것이 성장가도로만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거. 그래서 주춤했지만 또 다시 달리기 위해 정비하고.. 그래서 경영에는 끝이 없는 것 아닐까.
실제로 카를로스 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7년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성장을 지속하던 닛산이 올 3월에 발표한 지난 회계년도 성과는 목표에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었다. 7년 성장 후 처음으로 하락을 한 것이다. 높은 수치목표경영에 대한 피로감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고 일본 내수 불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에 대해 곤 회장에 대해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곤 회장은 또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떻게 처리해 나갈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