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운전을 하면서 문득 안나 막달레나 바흐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에서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수첩의 미뉴엣이 흘러나왔기 때문일터이지만, 안나 막달레나를 떠올리며 듣는 그 선율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바흐는 첫번째 부인인 마리아 바르바라와 사별하고 1년 뒤 궁정악단의 가수였던 안나 막달레나 뷔르켄과 두번째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와의 생활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그녀는 모친을 잃은 아이들을 잘 보살폈으며, 훌륭한 주부였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창작활동을 깊이 이해할 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프라노였으며, 악보를 사보하는 솜씨가 너무 좋아 훗날 바흐 연구자들이 그녀가 사보한 악보인지 바흐의 악보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흐는 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두 권의 작품집을 선물하였다. 이 두권의 음악수첩이 만들어진 목적에 대하여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가장 그럴듯하게 믿어지며, 나 또한 그렇게 믿고 싶은 이 작품집의 성립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아름답게 묶여진 새로운 악보집의 첫 페이지에 바흐는 막달레나에 대한 애정이 담긴 파르티타를 기입하여 선물하였다. 그 뒤에 막달레나는 자신의 선택으로 남편의 작품이나 다른 작곡가의 곡도 기입하였으며, 작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아이들에게도 자작 작품의 기입을 허락하였다. 그러므로 이 음악수첩은 한 가정 안에서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된 것이다.
바흐는 정말 대가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대가라는 것은 작품이 훌륭하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직장(교회, 궁정)에서의 오르간 연주와 지휘 등의 일도 병행하면서, (바흐의 작품 수와 그의 나이 등을 헤아려 보면) 그는 끊임없이 작곡에 몰두해야만 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무척 바쁜 남편이자 아빠임에도 그는 안나 막달레나와 결혼한 후 가정음악회를 열고 아이들 교육에도 신경을 썼다. 물론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를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의 아내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
결국 음악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안나 막달레나가 훌륭한 여자다, 뭐 이런 결론이 나고 말았다.
덕분에 바흐의 아름다운 선율을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런 칭찬쯤은 아깝지 않겠지.
사실.. 바흐와 안나 막달레나는 한 예시일 뿐, 서로의 재능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아름다운 선율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늘 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만약 그게 나라면, 가진 것 없는 나는 내가 아는 아름다운 음악들을 들려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겠지. 옛날에 바흐에게 안나 막달레나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내가 있었는데...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