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를 광고하는 짧막한 동영상을 보고, 에드워드 노튼의 슬프고 깊은 눈 그리고 설명 못할 낯익은 아름다운 표정에 반해 본 영화. (그간 악역도 많이 했던 에드워드 노튼. 연기파 배우 어쩌구를 떠나서 이렇게 감성적으로 보일 수도 있나.. 영화가 매직이지..)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소년시절의 에드워드, 마을에서 신비한 노인을 만난다. 그는 몇 가지 신비한 마술을 보여주더니 그 자리에서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가 기대어 있던 커다란 나무와 함께.
그 뒤로 에드워드는 마술에 빠져들고, 마을에서 공주 소피아를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다. 에드워드는 소피에게 마술을 보여주며 즐겁게 지내지만 둘 사이는 신분 차이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고 에드워드는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버린다.
15년이 흐르고, 에드워드는 아이젠하임이라는 일루셔니스트로 비엔나 무대에 데뷔. 엄청난 인기를 끈다. 어느 날 아이젠하임의 극에 황태자가 약혼녀와 함께 나타난다.
죽음과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자며 무대 위로 관객을 청하는 아이젬하임. 오만한 황태자는 자신의 약혼녀를 무대위에 세운다.
무대에 오른 황태자의 약혼녀는 어릴적 헤어진 공주 소피아. 아이젠하임은 첫 눈에 그녀를 알아보지만 공주는 알아보지 못한다. 거울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준 아이젬하임. 무대 뒤에서 공주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소피아는 그가 어릴적 헤어진 에드워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황태자는 이런 환상과 마술을 못마땅해 하며 속임수며 사기라고 생각한다. 황궁에 초청해서도 아이젠하임에게 준비해 온 마술 말고 이곳에 있는 것으로 환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아이젠하임은 황태자의 검으로 멋진 마술을 보여주지만, 황태자의 심기를 건드려 미움을 받게 된다. 황태자의 분노로 아이젠하임이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한 소피는 이 사실을 아이젠하임에게 알리고 15년을 건너 뛴 사랑을 재확인한다. 정치적 이유로 황태자와 결혼해야 할 운명으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공주.
영화에선 이 부분이 멋지다. 대사보다는 에드워드 노튼의 표정과 목소리가 더 눈과 귀에 들어오지만.. 아이젠하임은 Do you truley want to leave with me? 라고 묻고 소피는 yes 라고 답한다. 아이젠하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이 때부터 진짜 마술이 시작된다.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지기 위한..
그러나! 그렇게 쉽게 사라지면 안되지. 공주가 황태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분노에 찬 황태자는 소피를 살해한다. 시체는 숲 속 강에서 발견되고 아이젠하임은 슬프게 운다.
소피의 죽음 뒤, 아이젬하임은 어떻게 할까? 그의 마술이 달라진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그는 무대에 죽은 영혼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그가 가장 그리워 하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그리고 또 떠나보낸다.
이렇게 슬픈 이별이 영화의 끝이 아니다. 그러나 결말을 말하는 것은 완전 실례. 줄거리 요약은 여기까지만 해둔다.
일루셔니스트는 영혼 혹은 나비를 모티브로 한 사랑 이야기이다.
가구제작자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목공을 배워 손재주가 좋은 에드워드는 소피를 위해 나무를 깍아 나비 무늬가 있는 목걸이를 만들어 준다. 이 목걸이는 한번 비틀면 하트 모양이 되고, 그 안에 사진을 숨길 수 있는 비밀 목걸이다. 소피는 이 목걸이를 죽을 때까지 간직한다. 그리고 이 목걸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 번 하고 마침내 그 주인에게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이런 영화가 참 좋다.
너무 큰 기대를 안하고 보아도, 장면 장면이 멋있는 영화. 자꾸 질문을 던지는 영화. 자꾸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 그리고 사랑을 위해 다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때론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하고 로맨스를 바라게 하는 영화. 그래서 현실이 아니라 영화 같은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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