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체이서는 내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소유욕(?)에 불타오르던 인형 이름이다.)
암튼 오랜 기다림 끝에 (주문 넣은지 3개월 만에) 시드니가 온단다. 인형 모습도 유행이라서 시드니의 이 인기도 언젠가는 사그라들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요즘 doll 시장에선 시드니의 인기를 능가하는 녀석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엔 미리 선주문을 넣었기에 시드니를 소유하는 기쁨을 얻을 수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초창기에 나온 멋진 몇몇 시드니들은 사진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내 혈관속을 돌아다니는 향인형성 신경물질은 그렇다 치고.. 오늘은 한가지 더..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장미꽃이다.
사실 나는 화려한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으면 '민들레요'라고 답하곤 했으니 꽃의 생긴 모습보다는 어떤 이미지, 예를 들면 민들레의 질기고 강한 이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성향도 바뀌는 것인지 지금은 민들레도 좋지만 장미꽃도 좋아 한다. 이쁘게 핀 꽃이라면 무작정 좋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인형을 좋아하는 신경이나 장미를 좋아하는 신경이나 같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사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인형은 좋아하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다. 내 주변의 여인들은 나만큼 인형에 혹하지 않는 걸 보면 두 신경이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같은 신경물질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리고 새삼 여자란 무엇일까 궁금해 졌다.
나도 여자이긴 하지만, 왜 꽃이 좋은지 이쁜 색이 좋은지 알지는 못한다. 그냥 나도 모르게 끌리고 좋으니까 좋은 거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한때 TV에 뻔질나게 나왔던 허수경이 낸 에세이를 보면 남편과의 갈등이 많이 적혀있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 허수경은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한 걸로 유명한데 막상 결혼해 보니 남편은 배우한다고 맨날 늦게 들어오고 자기한테 신경도 안쓰고.. 또 남편이 영화계에서 뜨지도(?) 못한 관계로 허수경에 비해 경제력도 좀 떨어지고.. 여차저차한 이유로 불만이었는데 이런 불만을 어필해도 잘 통하지 않던 그 어느 날.. 남편이 새벽 3시가 넘어서 귀가를 했단다. 절대 먼저 잠들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 날도 꼿꼿히 침대곁에 앉아 있었고 들어오기만 하면 한바탕 쏘아부치리라 다짐하고 있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온 남편, 등뒤로 감추었던 붉은 장미꽃 다발을 짠하고 허수경 눈앞에 내놓았다고.. 재밌는 것은 그 꽃을 본 순간 늦게 귀가한 남편에 대한 미움이고 뭐고 싹 사라지고 너무 행복하기만 했다나..
꽃이 화를 풀게 하고 마음을 토닥이는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름다움 앞에선 감동이 오고 행복을 느낀다.
남자가 꽃을 좋아한다면 그건 꽃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뭐.. 어느 쪽이건 남자는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면 善(?)이다 라고 생각한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