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언 싱 지음, 박병철 옮김/영림카디널/초판 1998년(초판7쇄 1999년)
그것은 너무 단순한 문제였습니다. 열 살배기인 저도 문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문제를 푼 수학자가 아무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떤 운명 같은 걸 느꼈어요. 이 문제를 내가 풀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거였지요. -앤드루 와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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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페르마 이후 350년 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있었던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를 마침내 증명해낸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Andrew Wiles)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또한 수학 이야기 이기도 하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책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다 떠오르진 않지만 아주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던 기억은 뚜렷하다. 이것은 분명 이 책의 저자 사이먼 싱과 역자의 능력 덕택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수학공식에서 이름만 들어본 수학자들을 만났고 그 밖에 많은 수학적 난제들을 접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었다.

    이 책은 1993년 6월 23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한 수학강연장으로 부터 시작한다. 이 강의에서 한 젊은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300여년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혔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였다. 그렇담 이쯤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페르마가 노트에 남긴 그 유명한 말을 들여다 봐야 한다.

    xn + yn = zn : n이 3이상의 정수일 때,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그리고 나서 책은 수학의 역사와 난제 속으로 뛰어든다. 저토록 심플해 보이는 명제의 증명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설명에 따르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현대 수학의 모든 테크닉들을 총동원해야만 증명될 수 있는 수학의 정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앤드루 와일즈의 업적은 전혀 다르게 보였던 수학 분야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앤드루 와일즈의 증명을 실은 논문은 1995년 3월호 'Annals of Mathematics'에 두 편으로 나뉘어 실렸는데 130여 페이지의 자세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딱딱한 증명 같은 건 나오지 않으니 긴장을 풀고 읽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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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여전히 한가지 호기심이 남는다. 와일즈가 증명한 방법에는 20세기에 들어 개발된 새로운 수학 테크닉과 와일즈 자신이 직접 고안해 낸 것도 있으며 300년 전의 페르마가 알았을 리 없는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 갈루아군 같은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페르마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증명했지만 여백이 좁아 옮기지 않겠다고 했는데 과연 그것이 어떤 방법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페르마가 잘못 생각했을 거라는 냉정한 대답과, 분명 페르마가 17세기 수학만으로 이루어진 천재적인 증명을 했을 것이라는 두가지 의견이다. 즉 페르마의 증명 안에는 오일러부터 와일즈까지의 모든 수학자들이 놓쳐버린 경이로운 논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와일즈의 논문 이후에도 많은 수학자들이 페르마의 진짜 증명을 재현시키기 위해 지금도 페르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
    와일즈는 10살 때 페르마의 정리를 처음 접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런 중에 수학의 다른 여러 난제들을 풀어 내었고 대통일수학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렇지만 페르마의 정리 증명에 실패한 수학자들의 노력과 끈기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자신은 실패했을지 몰라도 뒤에 온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배우고 점점 발전해 가고 마침내 우리는 해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프리우스(Phlius)의 왕자 레온(Leon)이 '철학자(Philosopher)'라는 신조어를 만든 피타고라스에게 철학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설명해 달라는 말에 답한 부분을 옮겨본다.

   
레온 왕자여, 인생이란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운동경기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많은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떤 이는 재물을 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또 어떤 이는 명예와 영광을 얻으려는 야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어떤 이는 재물을 탐하고, 또 어떤 이는 권련과 권세를 향한 맹목적인 정열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현명한 이는 삶 자체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연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헤매고 있습니다. 완전무결한 현자란 있을 수 없겠지만, 이들이 바로 '철학자'입니다. 그들은 지혜를 사랑하고,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는 열정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20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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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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