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날은 흐리지만 텅 빈 오후를 사진으로 채우기로 정하고 미술관으로 차를 몰았다.
미술관으로 향한 이유는 그 곳 만큼 한적하면서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곳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한 집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꺼운 구름.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 그래도 연습하기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연습의 주제는 노출을 변화시키며 사진의 밝기를 감으로 익히겠다는 것이었다. 적당한 노출로 대강 찍고 나중에 포토샵같은 그래픽 툴로 얼마든지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찍으면 너무나 재미없으니까.. 그리고 한프레임 찍는데 30분 고민하라는 말도 생각나고.. ^^;

뭐..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대로 사진이 되는 것 같진 않다. 아직 감이 덜 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피사체와 배경을 또렷하게 구분하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별 느낌없는 사진이 되기 쉬울 것 같았고..
또.. 조리개를 많이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즉 심도가 얕은 경우와 깊은 경우를 나도 따라해 보았는데 사진기가 거짓말 할 리는 없으니 이론대로 잘 되는 걸 다시 확인했고 (^^;) 더불어 찍을 대상과 의도에 따라 제대로 선택하면 훨씬 더 맘에 드는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새삼 확인.

그리고 간과하는 바람에 신경쓰지 못하고 실수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밝은 피사체와 어두운 피사체가 한 구도에 동시에 있을 때 노출을 제대로 맞춰야 하는 문제였다. 미술관 옆 잔디밭 위에 삼각대 고정하고 멀리 보이는 풍경을 줌해서 찍겠다고 구도 잡으려고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 보고 있는데 저 멀리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켜져버린 것이다. 그 가로등들은 내가 찍으려던 대상은 아니었고 다만 구도안에 들어와 있을 뿐이었는데, 찍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 너무나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사진 찍고 있을 때 이런 문제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찍어볼 수 있었을 텐데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삼각대 사용에 덜 익숙해서 그런지 포커싱 하는 것에 애를 먹었다. 구도를 잡고 원하는 곳에 포커싱을 한 후, 원래 의도했던 구도로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고 삼각대 나사를 조이다 보면 구도가 또 어긋나고.. 뭔가 좋은 팁이 있을 것 같은데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초보의 배우는 기쁨이랄까.. 아! 정말 그렇구나 하는 인지의 기쁨이랄까.. 그런 재미가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혼자서 잘 놀라고 남자친구가 없는 것일까.. 쿠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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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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