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그래도 명색이 결혼기념일인데,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가긴 그래서 어쩔까 하다가..
신랑에게 저녁을 차려주려고 문자를 보냈다. (내가 저녁상 차리는 건 거의 이벤트다.. -_-;;)
거창한 저녁을 차릴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순수하게 '손수 지어주는 밥'을 먹여주려는 아내된 사람의 소박한..ㅋㅋ

신랑이 다시 전화를 해왔다. 밥 하려고? 뭐.. 기념일인데 외식이라도 할까?
나, 머뭇거리다가.. 응 사실 밥하는 거 보다 사먹는게 편해..
신랑 킥킥대며 웃더니 숙제로 메뉴와 식당예약을 나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동네 먹을만한 식당가를 찾아보았으나 딱히 확 땡기는 곳도 없고.. (뭐, 어디 여행이라도 가야 새로운 맛을 찾아나 볼텐데.. -_-;;) 암튼 그래서 하나 찾은 곳이 남미 스테이크 전문점, 단 무한리필이라는 부제가 붙는 강남역 브라질리아 식당이다. 집에서 걸어가니 20분이 채 안 걸렸으니 위치도 뭐, 가깝고 평판도 나쁘지 않은 듯하고..

호주산 등심-보섭살-채끝살로 이어지는 스테이크를 다 먹으니 더 못먹겠더라..(역시 우리에게 무한리필은 무리였나.. )
그러나 신랑 왈, 아웃백 보다는 고기가 맛있었다고..
남미식이라 빵 대신 보슬보슬하고 차가운 볶음밥과 남미식 샐러드가 나왔으니 새롭기도 하고, 고기맛도 좋고.. 그렇게 무리한 가격도 아니고.. (우리가 100일 기념이랍시고 갔던 63빌딩 워킹온더클라우드는 다녀온 뒤에 얼마나 아까워 했던지.. 비싼 가격,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았던 맛, 와인도 그렇고.. 거기에 비하면 뭐.. 높은 곳에서 도심을 내려다 보는 경관은 없었지만 한끼 오붓한 식사는 가능했던 브라질리아..)

암튼, 이렇게 간단한 결혼기념일 디너를 마치고 배부른 배 흐뭇해 하며 저녁을 잘 보냈다.

아, 신랑이 정말 오랜만에 꽃바구니를 선물했는데 바구니도 이쁘고 꽃도 이쁘고 참 이뻤지만,
여느 드라마에서 보듯 왜 돈아깝게 꽃을 사오고 그래.. 어디서 얼마에 샀어.. 가 나오더라..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라는..)
아, 그 돈이면 그냥 외식비 나오는데..ㅋㅋ 이래서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는 걸까..

신랑이 주는 꽃과 애인이 주는 꽃이 다르더라는.. 우..웅.. -_-;;

Posted by 세렌디피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