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運七技三), 그러니까 운 혹은 재수가 70%, 기술 혹은 재주, 실력은 30% 라는 뜻이렷다.
혹자는 이 말이 실력만 믿고 까부는 인간에 대한 경종으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하늘이 낙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혹자는 아무리 노력해 보았댔자 운 좋은 놈 못따라간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말이다.
글쎄다. 어느 쪽이건 간에 운이 실력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운이란, 재수란 무엇일까? 겉보기엔 정말 운이란 것은 개구리 튀는 방향 알기보다 더 어렵게 튄다. 맨날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찍기도 잘하고 혹은 효율이 높아서 꼭 찝어 공부한 부분에서만 시험 문제가 출제되어 몇 갑절 시간 들여 공부한 사람보다 점수가 잘 나온다던가 등등.. 뭐 그렇게 하는 것도 실력이야라고 일축해 버리면 할 말 없지만..
어쩜 인생대역전극처럼 사람 앞날이라는 것이 예측 불허인 것도 운칠기삼과 일맥상통하는 건지도 모른다. 언제나 이변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운칠기삼의 뜻 그대로 운이 칠, 기가 삼. 두배반이나 비중이 큰 것이 운 아닌가 말이다. 일순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게도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들지 모르는 운. 그 막연한 운을 믿느니 조금 더 확실한 기 쪽에 승부를 거는 것이 덜 불안한 방법 아닐런지.. 기 다음에 오는 운에 따른 결과는 out of control 일 뿐. 손쓸 수 없는 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함에도 내심 억울하다면? 글쎄.. 나도 할 말 없다. 나도 억울해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니까.. -_-;; 어쩌면 그것이 삶의 본질일런지도.
숙제하는 거 가지고 난 왜 이리 글을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숙제하기 귀찮고 싫은데 하긴 해야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 보상으로 여기에 글을 쓰는건지도 모를 일..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쳐다보기도 싫은 인간들,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내가 학점 때문에 혹은 재미 때문에 숙제를 하듯 보기싫어도 듣기싫어도 회사에서 부대끼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실로 인내심이란 놀라운 능력 중의 하나이다.
내일 제출해야 하는 숙제는 참 쉬운 과제중의 하나이다. 별로 생각을 요하지도 않고 약간 귀찮은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면 끝이 나는 숙제인 관계로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종류의 숙제라고나 할까. 하지만 사람 대하는 일은 어디 그런가. 상대해주는 게 단순 반복적인 일도 아니고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내기하듯 주고니 받거니 하는 스트레스란 것은 매일 매일 새롭기만 한 것이다. 뭐 어쩌랴. 나만 그런가. 다들 보면 궁여지책 할 수 없이 회사 다니는 사람처럼 보인다. 아마도 일이 신나고 좋다는 사람은 연구소 다 뒤져봐야 한 둘 나오려나. (흠흠)
아아.. 하지만 해오라고 던져진 숙제는 해가야 마음이 놓이는 것처럼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그냥 웃는다. 웃기건 웃기지 않건 웃는다. 그러나 속으론 씹는다. 잘했건 잘못했건 속내는 씹는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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