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오는지 감독이 누구인지 무슨 장르인지 전혀 모르고 보게 된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
네명의 킬러들이 나온다. 신현준+신하균+정재영+원빈. 감독은 익살스런 장진이다.
신현준은 여전히 자그마한 목소리였는데 눈에 힘을 많이 빼고 코믹한 대사들을 썩 잘 말하고 있다.
신하균은 공동경비구역JSA에서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나타났는데 소년다운 인상에서 많이 어른스러워진 느낌이었다.
정재영은 나에겐 낯선 배우인데 연기나 극중 캐릭터나 밍숭맹숭하다. 총하나는 정말 잘 쏘지만.
그러나 원빈은.. 원빈은 정말 귀엽다. 가을동화에 나왔던 반항적인 이미지는 전혀 찾을 수가 없다. 감독이 원빈 찍을 때는 더욱 바짝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네명의 킬러들 보다 조검사 역할로 나온 정진영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대체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 남자가 인상적인 캐릭터를 담당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성격 중에서 가장 개성있고 일관적인(!) 캐릭터를 지닌 사람이 조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강직하면서 정에 약한 성격, 한두번 꼬아 내뱉는 말들이 아주 재미있다.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원빈, 정진영, 신현준 순으로...)
영화 각본은 전반적으로 간결하다. 중간중간 필요한 복선을 군더더기 없이 제때 삽입하고 있다. 코믹하고 재치있는 대사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며, 가끔씩 황당하지만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이내 코미디로 반전시켜 버리는 감독의 능력 때문에 역시 웃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귀엽게도 장진 감독 자신이 영화 후반에 까메오로 출연한다. 영화의 비약한 결론을 무마시켜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재기발랄한 감독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르겠고..(조폭마누라에서 눈에 힘들어간 진지한 얼굴의 최민수 출연과 비교해 보라.^^)
영화에서 킬러란 말그대로 사람을 죽이는 청부살인업자다. 현실세계에선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는데 영화에선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킬러들을 편든다. 조검사는 이런 편애를 방지하기 위해 삽입한 인물임에 틀림없고.. (그걸 알면서도 그냥 속아 넘어가주는 건 조검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암튼.. 재미있는 영화 한편이었다. 조폭마누라가 싸구려 폭소를 자아내는 영화라면, 킬러들의 수다는 시종일관 키득키득 웃어대는 영화라고나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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