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나는 돈계산을 했다.
오늘은 월급날. 원래는 카드값 출금이 몽땅 끝나는 29일까지 기다렸다가 말일쯤 해야 하는데 그냥 오늘 함 해봤다. 지난달에도 안하고 넘어간 것도 있고 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무척 궁금한 사항임) 나는 아주 단순하게 한다.
예전에 세미코가 10원 단위까지 통장잔액을 맞추며 가계부를 쓰는 아줌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괜히 그 말에 자극을 받아서 나는 1원 단위까지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가계부까지 써가면서 사는 건 체질에 안맞아서 못하겠고.. 따라서 지갑에 있는 돈과 용돈 통장 잔액은 무시하고 그냥 급여 통장 하나만 가지고 한다. 그러니 1원까지 맞추는 건 사실 일도 아니다. -_-;;
내 동생은 나더러 언니는 지금껏 번 돈이 그거 밖에 안되느냐고 했다.
회사 동기 하나는 나더러 주식으로 돈을 날린 것도 아니면서 모은 돈이 왜 그것 밖에 안되냐고 했다.
그리고 오늘 나를 또 찾아온 보험아저씨는 연저축액이 대체 왜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했다. 요즘 이 아저씨는 월 20만원짜리 연금보험 들라고 나를 꼬시는 중이다.
글쎄.. 보통 수입과 저축에 관한 이야기들을 잘 나누지 않으니까 내 저축액이 적정선에 있는건지 남들은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일정기간에 어느 정도를 모으는지 난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얼마전에 우연찮게 아줌마들의 연간 저축액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한 사람은 5~6천만원, 또 다른 사람은 4~5천만원 수준이었다. 모두 맞벌이 부부인데 한가지 특이할 만한 것은 연 5천만원을 저축하는 집이 수입은 더 적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한 집은 저축을 살뜰히 하는 편이고 다른 한 집은 씀씀이가 있는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담 위에 여러 사람의 말들과 지인들의 저축액에 비추어 볼 때, 나는 어느 정도를 저축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파악할 수 있겠는데 실제로 나는 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못 모았나? 하는 자각이 없던 터에 여러 단편적인 사실들이 그걸 강제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뭐.. 여기까지 주절거리기는 했지만, 저축액을 늘리기 위해 나를 위해 쓰는 소비적인 지출을 없애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왜냐.. 그건 삶의 질과 자기 만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약간씩 이상징후를 보이는 내 차를 바꿔야 한다던가, 독립을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던가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현재의 삶과 내 씀씀이에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다.
글쎄.. 지금껏 살아온 모양새와 점점 엉뚱한 물건들에 관심이 가는 내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아마도 저 갈등은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당분간은 '차 바꿔야지' 하는 욕심으로 딴 생각을 조금 줄일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