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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1.06.18 임신 소식과 유산 소식이 번갈아 들린다
  2. 2001.06.01 유월은 가볍다
  3. 2001.05.25 단순함.
  4. 2001.05.22 처음, 그리고 영원함.

임신 소식과 유산 소식이 번갈아 들린다.
빈도로 볼때, 임신이 더 많긴 하지만 유산이란 그것을 겪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는 것이라서..

1. "위로는 필요없습니다."
벌써 삼년 전 이야기 이지만, 입사동기 한 사람이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졌는데 유산이 되고 말았다. 친한 동기 몇몇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자 동기 하나가 안부메일에서 결혼 했으니 아이는 안생겼느냐고 묻는 일이 생겼다. 그것에 대한 답글로, 짧막한 이메일이 날아왔으니, 아이가 유산되었고 위로의 말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무도 위로 메일을 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가슴이 아팠다.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람은 건강한 아이 둘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2. "..."
회사 동료 하나가 사적인 자리에서 아내가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혔다. 밤에 실수로 생긴 아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길래 모두 웃었었는데, 그로부터 몇 주 지나지 않아 갑자기 휴가를 내더니, 휴가 후 회사에 돌아와서도 전혀 웃지도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물건들을 빠뜨리고 출장을 가는 등 평소와 너무 다르게 행동해서 신경이 쓰이고 있었는데, 그즈음 나는 일이 많아서 일요일에 나와 일을 하게 되었다. 나와보니 마침 그 동료가 나와있었고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함께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는 잘 있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투로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 "내가 더 많이 울었다."
얼마전 결혼한 양아저씨. 집들이 한다고 하길래, 그리고 출장이다 뭐다 해서 오랜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말을 걸었다. 집에 일이 생겨 집들이를 미루게 되었다고 하길래 특별한 일들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자연유산. 아내보다 자신이 더 많이 울었고 엄마 얼굴 못보고 하늘나라로 간 녀석을 생각하니 너무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주변의 이런 일들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뭐라 말해줘야 할지.. 주섬주섬 위로의 말은 하지만 그저 말뿐인 것을.

자신의 아픔은 자신이 추스려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픔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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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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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는걸 간만에 보고 집에 들어가 세시간 자다 나왔는데, 엉뚱하게 눈이 아프다.
어젯 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뚫어져라 쳐다본 탓에 라식 수술한 내 두 눈이 반항을 하는가 보다.
웅.. 빨개진 내눈.. 빨리 하얘져라앗~
그리고 사실은 배도 몹시 고프다.
아. 나의 유월은 배고프고 눈 아프게 시작되는가.
유월이 육월이 아니라 유월인 것은 너무나 가벼운 달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배도 가볍게 유월을 시작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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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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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한다.(분명 이 말에 누군가는 웃겠지만.)
마치 링크된 웹페이지를 아무 생각없이 클릭해 가는 모양으로 머리속에 떠오른 어느 한 생각에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분명하게 답이나 결론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있는 것일뿐.

여기 출구가 여럿 있는 복잡한 미로가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출구의 수는 셀 수도 없이 많고 나는 그 미로 한가운데 떨구어져 있다.
출구를 찾기 위한 갖은 노력 끝에 간신히 그 많은 출구 가운데 하나의 출구를 찾았다고 치자.
출구 밖의 세상이 자신의 이상과 같았다면 그보다 훌륭한 미로찾기 승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미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죽을 때까지 길을 못찾고 헤매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찾게된 출구 밖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스스로 미로 안으로 들어 올 수도 있으며, 여기가 미로인지 아닌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미로인들 무슨 상관이랴. 미로 안에서 적당히 살면 되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있는 이곳은 미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출구 밖이나 미로 안이나 다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에도 완전히 옳거나 완전히 그릇되지 않다.
그리고 이런 것이 나의 복잡한 생각의 실체이다.

내가 왜 여기 있으며 왜 살고 있는가 하는 사라지지 않는 질문은 미로안에서 출구찾기와 비슷하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로까지 이어지기엔(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면 답이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내 뇌용량과 프로세싱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 두겠지만 바로 이런 질문들과 나 자신의 한계가 스스로를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점점 더 한계들을 느껴가면서 혹은 다른 말로, 점점 나이가 들어 적당히 합리화해가면서 내 나름대로 얻은 답은 이런 것이다.
 
단순함.

조르쥬 상드(George Sand)가
'Simplicity is the most difficult thing to secure in this world;
it is the last limit of experience, and the last effort of genius.'
라고 말한 걸 보면
이 여류시인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나름대로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
 
복잡한 이 삶을 단순화 시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임에 틀림 없지만, 분명 편안한 삶은 단순하다는 단어와 깊은 관계가 있으리라..

아.. 하지만 난 여전히 머리가 복잡하다.
이 성능 떨어지는 머리로 너무 많은 연산을 하려고 애쓰는 셈이니까.
오늘도 나는 복잡한 생의 방정식을 들여다보며 낑낑거리고 있다.
'Simplicity is the most difficult thing to secure in this world' 를 뇌까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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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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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변하지 않는 영원함을 생각하곤 합니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평온함과 변치않고 영원한 사랑입니다만, 이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산다는 것 자체는 곧 변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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