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소식과 유산 소식이 번갈아 들린다.
빈도로 볼때, 임신이 더 많긴 하지만 유산이란 그것을 겪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는 것이라서..
1. "위로는 필요없습니다."
벌써 삼년 전 이야기 이지만, 입사동기 한 사람이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졌는데 유산이 되고 말았다. 친한 동기 몇몇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여자 동기 하나가 안부메일에서 결혼 했으니 아이는 안생겼느냐고 묻는 일이 생겼다. 그것에 대한 답글로, 짧막한 이메일이 날아왔으니, 아이가 유산되었고 위로의 말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무도 위로 메일을 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가슴이 아팠다.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람은 건강한 아이 둘의 아버지가 되어 있다.
2. "..."
회사 동료 하나가 사적인 자리에서 아내가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혔다. 밤에 실수로 생긴 아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길래 모두 웃었었는데, 그로부터 몇 주 지나지 않아 갑자기 휴가를 내더니, 휴가 후 회사에 돌아와서도 전혀 웃지도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물건들을 빠뜨리고 출장을 가는 등 평소와 너무 다르게 행동해서 신경이 쓰이고 있었는데, 그즈음 나는 일이 많아서 일요일에 나와 일을 하게 되었다. 나와보니 마침 그 동료가 나와있었고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함께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는 잘 있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덤덤한 얼굴로 말투로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 "내가 더 많이 울었다."
얼마전 결혼한 양아저씨. 집들이 한다고 하길래, 그리고 출장이다 뭐다 해서 오랜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말을 걸었다. 집에 일이 생겨 집들이를 미루게 되었다고 하길래 특별한 일들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자연유산. 아내보다 자신이 더 많이 울었고 엄마 얼굴 못보고 하늘나라로 간 녀석을 생각하니 너무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주변의 이런 일들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뭐라 말해줘야 할지.. 주섬주섬 위로의 말은 하지만 그저 말뿐인 것을.
자신의 아픔은 자신이 추스려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픔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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