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와 다음주, 회사가 권장(?)하는 휴가 기간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휴가=여행 공식이 압박으로 다가온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별일 없는 한 하계 휴양지를 찾아 떠나곤 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료하신 부모님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1년에 한번 뿐인 여름 휴가, 그리고 봄이나 가을 의무감 탓인지 꼭 휴양소를 예약하고 내가 모시고 가거나 동생식구가 모시고 가거나 하는 이벤트를 만들고... 이것 조차 안하면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사는 것 같아 죄송스럽고 내가 미워져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리 어디 떠나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것이냐..
여러번 돌아다녀 봐도 여름은 여름이다. 계곡을 가 봐도 회사가 더 시원하고 집 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 읽는 것이 더 해피한 것을..

그래서 휴가는 곧 압박이다. 부모님이 날 나무라거나 잔소리 하실 일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딸 노릇 못하는 기분이니 집에서 보내는 휴가는 압박이다.

그렇지만 난 정말 쉬고 싶다. 하루에 한두시간씩 첼로 연습하며 첼로랑 더 친해지고 싶고 화장 안하고 맨 얼굴로 살며 피부를 쉬게 놔두고 싶다. 어둑한 저녁엔 산책을 가고 너무나 무더운 낮이 찾아오면 에어콘 빵빵한 마트 서점에 가서 어디 한 구석에 주저앉아 책이나 실컷 읽다 오고 싶다.

이런 것이 내가 바라는 자유로운 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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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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