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 지음/동아시아/초판 2001년(초판2쇄 2001년)
이 세상은 명확한 법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며 따라서 우연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확률과 통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재수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거나, 확률에 관한 오해가 살인자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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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구입해서 자기전에 한 챕터씩 읽곤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이곳 저곳(신문이나 TV)에서 많이 추천되고 있는데, 사실 읽어서 손해볼 건 없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챠트에도 진입한 것 같은데, 아마도 인기 비결은 이 책의 주제가 '호기심 천국'같은 TV 프로그램에 나와도 나쁠 것 같지 않은, 평소에도 한번쯤 궁금해 했던 내용들을 간략하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끝까지 이 책을 다 읽지도 않았기에 이런 감상문을 쓴다는 게 조금 우습지만 이거 읽고 쓰나 쓰고 읽으나 내용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기에 그냥 쓰도록 한다.

    귀가 솔깃하게, 아니지, 눈이 똥그래져서 재미있게 읽은 챕터가 하나 있다. '어리석은 통계학'이란 제목에 'O.J.심슨 사건의 교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장은확률과 통계를 이용한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한동안 단골 기사로 자주 실렸기에 O.J.심슨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O.J.심슨이 이혼한 아내와 아내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증거라던가 정황이라던가 모든 것이 다 O.J.심슨이 범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음에도 심슨이 막강한 변호군단을 내세워 재판에 이긴, 결국 무죄로 살인 혐의를 벗은 그 사건 말이다. 그렇담 이 사건과 어리석은 통계학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여기에 책의 내용 가운데 한 귀절을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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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이 확률론적으로 흥미를 끄는 대목은 심슨의 변호인단이 제기하는 몇가지 주장들이다. 피해자의 변호인단측이 '평소 O.J.심슨이 아내를 때리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O.J.심슨의 살인 가능성을 주장하자, 심슨의 변호사 중 하나인 알랜 더쇼위츠는 이에 맞서 줄기차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실제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 중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는 1천명 중의 하나, 즉 0.1%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O.J.심슨이 아내를 때렸다는 사실이 O.J.심슨이 아내의 살인범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템플 대학교 수학과 교수이자 우리에겐 <수학자의 신문읽기>(1995)로 유명한 수학 이야기꾼 존 알랜 팔로스John Allen Paulos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계산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라고 한다. 만약 매맞는 아내가 있다고 하자. 이 여자가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의해 죽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라면 심슨의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맞다. 0.1%밖에 안 될 것이다. 그러나 O.J.심슨 사건의 경우에서는 이미 아내가 죽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맞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를 평소 때리던 남편이 범인일 확률'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확률은 무려 80%가 넘는다. 따라서 심슨이 평소 아내를 때렸다는 사실은 심슨이 아내 살인범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O.J.심슨 사건의 확률과 관계된 몇가지 예를 더 들어놓았는데 그 오류가 너무 명백해서 알고 속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암튼 나는 이 글을 읽고 나서 문득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다리 타기'를 하면 매번 내가 종종 걸리고 마는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답은 '사다리 타기'를 많이 하면 할 수록 내가 유리하다 라는 것인데, 그 까닭은 이 사건이 사다리를 타서 내가 걸리는 경우와 안걸리는 경우라는 단 두 개의 경우의 수를 가지므로 동전 던지기와 동일한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 던져 연속 세번 앞면이 나올 확률과 백번 던져 연속 백번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20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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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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