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상사나 선배들과의 관계보다 후배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피곤하구나~ 하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내가 넘 특이한 후배를 만난 것일까? 아님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일을 배우며 따라오는 걸 보고 참 잘하는 친구구나, 다행이다, 뭐 이런 생각을 했었고 후배 없는 데선 남들한테 칭찬도 해주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내가 난생 처음 겪어 보는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설명하기가 좀 어렵고 나도 이게 문제라고 일찍 인지하진 못했던 문제인데 이 후배가 업무회의자리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번 주의를 주기도 하고 대화하는 스킬이 좀 많이 부족한듯 해 웬만하면 말보다 글로 써서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유도했었는데 가끔 사고(?)를 치는 것이었다.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에러로..

워낙 말을 잘 안하고 표현을 안하고 남들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소심하고 약간 답답한 친구. 그리고 난 이걸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일은 잘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맡겼고.. 그렇지만 갈 길이 더 많이 남은 듯 하다. 신랑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쩔 수 없단다. 성격 문제이므로 바뀌기 힘든 부분이고 결국 훨씬 코스트가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바꿀 수 없다면 내가 감당해야할 부분이라는 소리였다. 신랑에게 어떤 해답을 기대하고 말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잔혹한(?) 현실이 멀찍이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그래서 한발 더 내딛으면 얼굴을 벽에 확 부딪혀 내가 다치고말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기적인 말을 더 하면 그 많은 후배들 중에서 왜 나한텐 이런 문제까지 생겨야 하는가 하는 생각 뿐이었다. 며칠 동안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일을 완전히 맡겨야 나도 조금 더 상위의 일을 할 수 있고 부장 잔소리도 피할 수 있는데 하는 잔머리까지..

암튼 아직도 고민 중이다. 바뀔 수 있는 외부환경은 하나도 없고 결국 감당해야할 부분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대화를 더 많이 하기로 합의를 보기로 했는데 여전히 말은 없고 답답하다. 어린애도 아니니 달래서 말시킬 수도 없고.. 이런 일로 전전긍긍하는 내가 유치하기 짝이 없고..

그래도 억지로라도 말을 시켜 얻은 몇 가지 소득이 있다. 일을 떠나 우리 부서 분위기인데 그 친구도 나만큼 외로운 듯 하다. 부장이 살뜰히 업무나 이슈들을 정확히 챙기기를 하나, 직원들 케어를 해주기를 하나 아무것도 없어 내가 불만인 것처럼 이 친구도 나한테 불만이 많구나 하는 생각. 대상이 다를 뿐 공감이다. (나한테 좋을 건 없지만.. )

그래서 결국 피곤한 일이지만 자아반성하고 만다. 내가 좀 더 잘해봐야지.. 별 수 있나. 이것도 다 조직생활에서 겪어야 할 일이지 별 수 있나..

좀 더 잘해주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약아빠지고 얄미운 후배 만나는 것보단 100배쯤 낫잖아..

'신변잡기 > 생활의 재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손이와 블루베리  (0) 2009.07.27
주말 나들이  (0) 2009.07.07
쿠키폰을 사다  (0) 2009.05.06
봄맞이 가족여행  (0) 2009.04.01
저녁 도시락  (1) 2009.03.26
Posted by 세렌디피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