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실장님이 회사에 찾아와서 우리 실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정모 박사 이야기가 나왔다. 울 회사에 다니다가 벤처 창업을 하고 지금은 잘 나가는 회사로 키운 사람인데 얼마전에 신문을 보니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 중 한명으로 지면에 나와있었다. 사실 내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동기를 준 사람이 그 정모 박사다.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조금 기니까, 또 듣고 보면 시시한 이야기니까 그냥 본론으로 넘어간다.
옛 실장님이랑 정박사가 골프를 함께 치고 저녁을 함께 하려 했는데 정박사가 양해를 구해야 겠다며 먼저 자리를 떳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선보러 가야 한다고.. -_-;; 정박사는 나이가 마흔인데 아직 미혼이다. 그리고 덧붙히기를 "정박사는 너무 바뻐서 웃음이 다 없어졌어." 한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한때 함께 일했기 때문에 우리 실 사람들 모두 정박사를 잘 알고 말을 있으니까 지나는 농담으로 나이 마흔에 선보러 다닌다는 말이었는데, 그리고 뒤에 덧붙힌 말은 옛 실장님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한 말이었을 것도 같은데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든 건 왜였을까?
나이 마흔에 성취할 수 있는 것 다 하고 나니까 하지 못한 결혼이 하고 싶어졌나? 없어진 웃음과 결혼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재미없어 하는 나를 두고 '사랑을 하면 어때?'하고 뜬금없이 툭 던진 친구 말에 기분이 이상했던 것처럼, 새해가 와도 아침에 눈을 떠도 삶이 시큰둥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내내 도망치고 싶은 맘만 드는 것은 역시나 내가 혼자라는 피해의식에 젖어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웃음'과 '선'이라는 두 단어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다'로 비약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

오늘도 나는 현재와 다른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나 다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이유야 천차만별이겠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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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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