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문화에 대해 어떤 학자가 내린 정의를 읽어보면 다음 네가지 단어가 나온다.

아곤(Agon)
아레아(Alea)
미미크리(Mimicry)
이링크스(Ilinx)

아곤은 경기, 경쟁 의 의미로 노력과 의지를 상징하고, 아레아는 우연, 운(運) 의 의미로 아곤과 반대의 성향을 갖는다.
미미끄리는 모방을 뜻하는데 자신의 인격이 아닌 상상의 인격으로 행동하고자 하여 자신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링크스는 스릴과 현기증을 뜻한다.

우리가 종종 접하는 놀이나 게임은 공통적으로 저 4가지 중 한가지 특성 또는 조합된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바둑, 체스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는 아곤이고, 주사위나 룰렛게임, 복권 등은 아레아 이다. 미미끄리는 소꿉장난이나 파티, 채팅 또는 쇼핑중독 같은 것을 포함하고 이링크스는 짜릿한 놀이기구, 스키, 탐험 등이다.

재미있게도 고도리 고스톱 포커 게임은 아곤과 아레아의 조합으로 볼 수 있고 이성간 (또는 동성간) 성관계는 미미끄리와 이링크스의 조합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저 네가지 요소를 적절히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그 놀이의 대상이 사람일 경우 변화 요인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싫증이 나지 않고 꾸준히 재미있게 되는 것이란다.

이쯤에서 잠깐 생각을 해본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놀이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포커 게임을 직접하거나 TV 중계로 보고 있으면 재미있지만 채팅이나 컴퓨터 게임 처럼 싫증이 난다. 아레아는 제로섬이랑 비슷하다. 초기엔 잠깐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재미는 점점 감소하고 결국 계속 하고 있으면 제로가 되는 것 같다. 스키는 좋아하지만 그것은 스키가 놀이공원 바이킹 만큼 어지럽지 않기 때문이니 이링크스는 약하다. 스쿼시는 아곤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그만 두었기에 할 말이 없고 인라인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담 현재 내가 꽤 큰 재미를 느끼는 것은 뭐냐.. 딱 두가지다. 하나는 첼로이고 나머지 하나는 독서다.

독서는 일종의 미미끄리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자아와 현실을 망각한다. 신화나 역사책을 읽고 있으면 그 시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생겨나 관련된 자료는 다 읽어야 속이 후련하게 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와 그 특성에 관심을 갖는지도 모른다. 나는 종교를 인문학적 또는 사학적 관점에서 다룬 책을 읽을 때 큰 재미를 느낀다.

그렇담 첼로는 뭘까? 첼로에 몰입하는 까닭을 설명하는 것은 치크센트미하이(Cskiszentmihalyi)의 플로우 이론(Flow Theory)이 가장 그럴듯 한 것 같다.

"자기 목적적 경험 중에 나를 잊고 몰입하고 있을 때.
즉, 그 활동이 만들어낸 세계, 그 자체가 즐겁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결과로써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사람들은 프로우드한 경험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며, 거기에 생기는 부수적인 보수 때문에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이론을 읽고 정말 제대로 설명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재미의 특성을 아곤, 아레아, 미미끄리, 이링크스로 분석하기 전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어쩌면 결혼이 늦어지는 것도 연애에 별 기대도 안하고 재미를 못느끼는 것도 그것이 플로우 이론처럼 플로우드한 경험 그 자체를 제공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인 것이다.
결혼이나 연애는 그 자체로써 사람의 감정을 고무시키고 즐겁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삶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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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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