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는데 오전 7시까지 을지훈련인지 뭔지 해서 비상소집령에 응하는 것이었다.
늦잠을 자서 비상소집에 제때 응하지 못하고 회사 동료로부터 왜 아직까지 회사에 나오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고선, 이미 시간에 늦어버렸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는 꿈이었다.

그리고 나서 잠이 깨었다.
꿈은 물론 진짜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났고,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7시 10분전이다.
당황스런 꿈의 내용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월요일에 비상소집이 있다)
얼굴만 씻고 옷 갈아입고 회사에 달려간다고 해도 소집시간에 늦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회사에서 비상소집 전화를 하게 되어 있고 그 전화에 응해서 회사에 가면 되는 것인데, 이번 비상소집에는 특이하게도 전화 한통 없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눈치를 챘었어야 한다.)
우선 꿈속에서 내게 전화를 한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간 대화 내용.

나: 어디세요?
동료: 천안인데요.
나: 네? 천안요? 오늘 7시까지 나가야 되잖아요.
동료: 엉? 무슨 소리. 그건 내일이잖아요.
나: 어머.. 내일이예요? 오늘 월요일에 비상소집 이잖아요..
동료: 오늘은 일요일인데..
나: (도대체 무슨 소리야.. 오늘이 일요일이라니.)

암튼 오늘이 비상소집이 아니래니 다행이다 하면서 우선 전화를 끊었다.
모든 상황을 듣고 계시던 나의 엄마.
"자고 일어나더니 너 지금이 아침인줄 알았지?"

허거거거덕.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단숨에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책을 읽다 잠이 들었고, 하필이면 꿈속에서 그런 꿈을 꾸게 되고, 잠에서 깨었더니 시간은 7시에 임박해 있고.. 저녁 시간을 아침으로 완전히 착각해 버린 것이다.(이 부분에서 잠시 한숨이 나온다.)

지금까지 시험전날 시험시간에 지각해 시험 못 치루는 꿈을 몇번이나 꾸어왔던가.
암튼 나는 정한 시각에 늦어버려 일을 망치는 꿈을 아주 빈번하게 꾼다.
그러나 그런 꿈들 덕분인지 한번도 지각했다는 사유로 일을 망쳐본 일은 없었다.
아마 오늘도 오늘 일어난 해프닝 덕분에 내일 아침 비상소집에 제대로 응할 것이고 아무런 탈이 없을 터이지만, 늘 궁금한 것은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렇게 불안스런 꿈을 꾸게 하는가 하는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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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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