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울 회사 임모 언니의 집에 밥먹으러 간적이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이들 갖고 놀던 인형이랑 영어 비디오랑 또 현재는 안읽는 책들을 싼값에 벼룩시장에 내놓겠다고 쌓아두고 있었는데 괜히 책꽂이를 보고 있다가 '성공하는 여성들의 심리학' 이라는 책을 들추어 보다가 2천원 주고 사게 되었다. 또 내가 미혼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거기 있던 사람들 중 젤 나이가 적은 삼십대라서 그랬는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라는 책은 선물이라며 주는 것이었다. 덕분에 요즘엔 이 두 책을 왔다갔다 하면서 읽고 있는데 원래 잡생각이 많은지라 머리속에서 思考 事故를 치며 즐기고 있는 중이다.
심리학하니까 몇몇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데 대학 1학년인가 2학년 때 들은 '심리학 개론'이라는 과목이다. 교양선택인지 필수인지 암튼 교양과목으로 경제원론, 법학개론, 심리학 개론 등등의 과목 중에 한과목을 수강했어야 했는데 왜 그랬는지 나는 심리학 개론을 듣기로 정했었다. 이때만 해도 심리학이 그렇게 따분하고 재미없는 과목인지 미처 몰랐었던 것이다. 소위 말하는 심리테스트나 독심력이나 길러야 겠다는 단순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 과목을 들어본 사람은 알리라. 심리학은 과학이며 독심력 따위나 기르려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강사의 말을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반복적인 말들에 훈련된 나는 오늘 '성공하는 여성들의 심리학'이란 책을 그 과학이란 관점에서 파악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뭐.. 다 좋다.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 여성들, 그 중에서 열 세명을 샘플로 뽑아서 성격유형을 분석하고 과거를 헤집고(?) 사생활을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한다. 예를 들면 어릴적 불우했던 과거사라던가 결혼을 몇 번 했느냐 던가 어떤 유형의 남자와 결혼했느냐 던가 등등이다. 그리고 교집합을 찾고 심리학에서 만들어둔 이론의 틀에 끼워 맞춘다. 하지만 성공의 가장 큰 열쇠인 '재능'에 대한 언급은 쏙 빠져있는 것 같다. 일부러 빠뜨린 것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마리아 칼라스의 천부적 재능인 목소리와 같이 심리학의 범주에서 다룰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을 성공의 밑천으로 두기엔 할 말이 너무 없기 때문에. 하긴 타고난 재능을 썩히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 외의 다른 측면을 성공의 열쇠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뭐.. 비판하고자 하면 별걸 다 가지고 흠을 잡을 수 있는 일이니 이러쿵 저러쿵 트집잡지 말자. 흥미롭게 읽고 있으면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사실 내가 내린 결론은 좀 슬프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멋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남의 이목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자기 목적만 있고 걸핏하면 연애 상대를 갈아치우고.. 하긴 누가 뭐랄 것인가. 또 누가 뭐라면 또 어떻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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