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메시지를 받았더랬다.
잘 아는 울 회사 언니가 서울 출장을 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데 애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베이비 시터를 해달라는 부탁.
암튼 그 언니 아이는 둘이다. 초등학생 여자애랑 다섯살 짜리 남자애. 그 집에 가서 저녁 먹은 적이 두어번 있고 애들이랑 블럭 맞추기 하면서 놀아준 적이 있기 때문에 얼굴은 익히 익혀 알고 있는 상태. 그러나 내가 과연 베이비 시터를 할 수 있을까? 그건 너무나 생소하고 겁부터 난다.
하지만 자신없다는 건 핑계가 안되고.. 또 나에겐 저녁 시간이 유일하게 나만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라 잘 모르는 아이들과 허비하고 싶지도 않고.. -_-;; 역시 핑계거리가 안된다. 그냥 어쩐지 내키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난색을 표명했더니 언니가 대강 눈치를 채고 다른 사람 구해보겠다고 했다. 정 사람을 못 구하면 그래도 나에게 부탁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고..

하지만 나중에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들 보는게 그렇게 겁나는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우선 말귀 알아듣게 다 큰 아이들이고 함께 저녁 먹고 책 보거나 놀게 시키고 나는 설렁설렁 놀아주다 옆에서 책이나 보면 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베이비 시터라는 말을 첨 들었을 때는 '헉.. 그게 뭐지?'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확실히 낯설고 생소하기 짝이 없는 단어다. 특히나 내가 남의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은..

우선 이번은 너무 의외고 또 그 때문에 미숙하게 반응해서 그 언니에게 무척 미안하게 되어버렸다. 담에 이런 일이 또 있을 때는 조금 더 담담하게 반응할 수 있을테니 그걸로 위안해야 하나.. -_-;;

아.. 어려워.. 항상 핑계거리가 없다는 것도 너무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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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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