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응대태도'가 경영평가항목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수년간 '친절함'을 강요(?)당해 왔다.
지금은 응대말이 다소 바뀌었지만 맨 처음엔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실 아무개입니다.'를 전화벨이 세번 이상 울리기 전에 해야만 했다.
평가항목은 전화벨이 세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는 것,
'정성을 다하겠습니다'고 멘트하는 것,
자신의 신분을 부서명과 이름 순으로 말하는 것,
문의나 질문에 친절히 응대하는 것,
전화를 끊을 때는 오전일 경우 '좋은 하루 되십시오' 오후일 경우 '좋은 오후 되십시오' 라고 인사하는 것,
그리고 절대 상대방보다 먼저 끊으면 안되는 것 등이었다.

각 항목마다 점수가 있었고 매달 평가 점수가 게시판에 기재되었다.
초기엔 연구소가 뭐 민원창구냐, 정성을 다하겠습니다가 뭐냐, 아는 사람들이 전화해서 그 말 들으면 놀린다 등등.. 말도 많았는데.. 암튼 이것도 3~4년 되다 보니 입과 몸에 배어 버린 것 같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모든 직원들이 공손하고 친절하다. 특히나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에..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혹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것은 내가 외부로 전화했을 경우이다.
과기부 산하 기관인 KISTEP이나 정통부 쪽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왜냐면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불친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또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불친절하고 예의도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공손한 전화응대'와 '인삿말'을 수년간 훈련받아온 사람이 느끼기엔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매너가 황이지만 자기들은 모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도 자각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늘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는데 이번에 상대방이 도가 지나쳤다. 짜증섞인 목소리, 신경질적인 명령조, 거기다가 한마디 공중에 던져버리듯 내뱉고는 전화를 끊어버리는 행동.. 무척 당황스러웠다. 물론 화도 났지만 방금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다. 업무상 전화를 그런 식으로 받아도 되나? 사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암튼.. 덕분에 오후 내내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나 혼자 기분나쁘고 그냥 지나갈 순 없는 노릇..
귀찮긴 하지만 글을 하나 썼다. KISTEP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건의사항이나 부조리를 신고하는 란이 있기에.. 거기에 신고하면 처리한 후 개선사항을 알려준다고 되어 있다. 뭐.. 개선되리라 기대도 안되고 과연 내가 거기 신고를 하면 읽기나 할까 의심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액션을 취해야 하니까..

어떻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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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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