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다 불쌍하다를 연발하며 TV 앞에 앉으신 우리 엄마. 덩달아 옆에서 보게 된 나.
인간극장 '지선아 사랑해'가 끝났다. 아주 아름다운 지선의 말과 함께.

자동차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어 피부이식을 하는 엄청난 수술을 받았고 어찌 보면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 힘든 외모로 바뀌어 버린 26살 아가씨. 분명 그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TV에 방영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새 동정심이 감동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어쩌면 그녀는 천성적으로 그런 성품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가 겪은 고통과 아픔 때문에 훨씬 성숙했을 것으로 보여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기력한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녀는 기적을 믿는다고 한다.
매일 매일 감사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그것은 정말 기적인 것이다. 멀쩡했던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아름답고 고운 피부가 불에 타 살점이 사라져 버리고 의사는 지선 혼자서는 물 한모금 마실 수 없을 거라 했지만 한가지는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은 불에 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강해졌던 것이다.

단지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녀의 고통은 보상 받을 만 하다고 느껴졌다. 지선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내면의 고통을 보듬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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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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