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요리모임에 가서 배운 해물 샐러드를 만들었었다.
속에 들어가는 해물 재료가 중요한데, 엄마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한치대신 오징어를 쓰고 모시조개 대신 소라를 썼다. 흰살 생선 광어를 생략했고 치커리를 사면서 샐러리 사는 것은 깜박 잊었다.
그 이외의 문제는 없었다.
드레싱은 약간 마늘향이 진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요리 모임에서 맛본 그대로 잘 만들어졌고, 갈릭 마요네즈도 괜찮았다.

문제는 저 위에 기술한 재료들 탓인것 같다.
소라는 너무 딱딱해서 도통 맛이 없었고 오징어는 엄마가 이미 한번 데쳐서 냉장고에 넣어 놓은 것을 사용하는 바람에 신선도가 떨어지고 딱딱했다. 먹을만한 것은 큰새우 살 뿐이었다. 광어를 왜 안샀을까 엄청 후회했다.
샐러리를 빠뜨려 치커리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놈의 치커리는 맛이 너무 진했다. 한마디로 너무 쓴 맛을 가진 놈이었다.
암튼 그랬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반응은 냉랭했다. 나는 나대로 엄마 말을 들은 것을 후회했다. 이미 데친 오징어와 소라는 정말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좀 들더라도 다음엔 좋은 재료들을 사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이것이 2주전의 일이다.

그래서 설욕(!)하고자 이번에 두부 데리야끼 스테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무척이나 요리법이 간단하고 나 스스로 두부와 데리야끼 소스를 아주 좋아하는 까닭에서다.
두부 스테이크까지는 잘 만들어졌다.
두부를 약간 도톰하게 썰어서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후 버터를 두른 후라이팬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내면 되는 것이다. 도톰하게 썰었기 때문에 시간을 잘 계산해서 구워야 한다. 암튼 여기까지는 성공이었고 내 동생도 무척 맛있다고 했다.
문제는 데리야끼 소스인데, 어쩐 일인지 이녀석의 맛은 음식점에서 먹던 데리야끼 소스와 너무 다른 것이다. 간장과 설탕비율이 1:1이고 거기에 청주를 넣고 레몬즙도 조금 넣고 졸여주면 되는 것인데 달콤 새콤한 맛이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간장 맛이 너무 진했다. 짠 맛이 너무 강하게 나길래 다음 번에 간장 비율을 일부러 줄이고 물엿을 첨가했는데도 간장 특유의 짠맛이 여전했다. 그래서 새콤 달콤 데리야끼 소스는 실패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간장을 사용했는데 이게 너무 진한것 인가. 간장도 여러종류가 있을 텐데 덜 짭짤한 간장은 그럼 뭐지? 암튼 이건 내 숙제다. 간장해석.

내 결론은 역시나 요리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요리 성분과 양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레시피를 곧이 곧대로 따라하는 것 보다는,경험에 의해 적당히 양을 바꾸고 적절한 재료를 택하는 것이 음식맛을 향상시킨다는 사실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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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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