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귀가하였는데도 잠은 안오고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어야 할 것 같아서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요즘 심심할 때 들춰보는 책은 Snoopy 만화 시리즈인데, 너무 가볍다고 해야할까, 암튼 어젯밤 기분에는 어울리는 책이 아니어서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거울(Heaven's Mirror)'을 펼쳐 들었다.
화려한 칼라 사진으로 가득찬 반짝반짝한 질감의 이 책을 정독하기 시작한 순간, 머리속이 기쁨으로 가득 차 왔다. 왜냐하면, 책 첫머리부터 영원불멸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우리가 잃어버린 저 아득한 기억, 다시 말하면 왜 나고 왜 죽는가 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고대 거석들의 공통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고대 거석들에 대한 신비함과 미스테리 위주로 칼라풀한 사진들만 이어져 있었다면 금새 잊혀졌을 텐데, 알듯 말듯한 그 영원한 질문들을 모티브로 한장 한장 써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카타 우파니샤드(Katha Upanishad)의 나치케타스(Nachiketas) 이야기를 인용하는 한 귀절은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했고 막연한 해답을 기대하게 하고 있었다. 물론 책을 덮는 그 순간에 나는 '다만 모를 뿐' 이라는 진리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더욱 혼란스러워 질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는 나치케타스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지금 이상태가 싫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누군가 분명한 해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의 거울은 아마도 어느날 의심에 빠지고 그 의심을 해결하는 해답을 향한 구도자 다운 노력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책일 것이다. 도달할 듯 말듯, 알듯 말듯한 그 경계에 말이다. 나 역시 그 경계 가까이에 다가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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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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