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 정확히 말하면 그 유명한 칸타타 140번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라'의 4악장을 모티브로 한 오르간 연주곡 BWV 645를 관현악 편곡으로 듣고 있었다. 여기서 일부러 곡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한 것은 바흐 음악의 방대함과 복잡성을 말하려고 한 것인데 이런 방대함 때문에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곧잘 몇 장 안되는 음반을 뒤적이거나 인터넷 바흐 사이트를 찾아 들곤 한다.

바흐의 칸타타 곡은 성격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유명한 곡들은 대부분 교회의 미사를 위해 쓰여진 미사 합창곡, 즉 교회 칸타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칸타타 하나 하나에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는 지금 가요나 팝송처럼 노래 제목을 따로 부쳐서가 아니라 작품 정리를 위해 칸타타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칸타타 가사는 성경구절이나 그 당시의 송가를 차용한 것이다. 교회 음악이다 보니 대부분의 노래 제목이 하느님을 찬양하거나 기도하고 갈구하는 내용임은 확실한데 종종 매우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싯구같은 느낌이 드는 곡들이 있다.

이 부분에서 내가 깜짝 놀라는 것은 독일어로 쓰여진 칸타타 제목의 한국 번역이다. 성경이라는 텍스트가 고어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처럼 칸타타의 한국 제목도 그러한데 그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너무 감상적인걸까? 비록 내 느낌이 오버이고 칸타타들이 평범한 텍스트일지라도 바흐의 음악과 함께 듣노라면 한편으론 장엄하고 숙연하고 또 한편으로 부드럽고 청아하고 한없이 평온한 소리 때문에 평범하게만은 읽히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깜짝 놀라는 사실. Bach에 미쳐 훌륭한 웹 사이트를 건설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많은 음악가들 중에서 유난히 Bach를 좋아하기 때문에 Bach 위주로 웹서핑을 했던 탓이기도 하지만 발견해 낼 때마다 훌륭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것도 Bach의 엄청난 작곡량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 목록만 제대로 정리할려고 해도 수백페이지가 넘어가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한국 사람이 만든 Bach 사이트(http://www.greatjsbach.net)를 만났다. 작품목록이 하나도 빠짐없이 영어와 한국어로 정리되어 있고 모든 곡들을 선택적으로 미디 음원으로 들을 수 있으며 심지어 악보까지 즉석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바흐의 곡들은 이미 오래전에 외국에서 미디 file형식으로 누군가 작업을 마쳐 놓았고 (사실 나는 이 사실 하나만에도 Bach 광신도들이 많구나 하고 느끼지만) 누군가 악보 작업도 다 마쳤을 것이다. Bach 작품 목록을 정리하면서 유명해진 외국 음악학자들도 많고 박사 논문도 수백편이 훌쩍 넘을 것이지만 이것들을 잘 정리해서 하나의 사이트로 만들어 둔 사람의 공도 무척 큰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Bach 칸타타의 독일어 텍스트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제공하는 웹 사이트가 있는 것에 반해 아직 한국어 번역 사이트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Great J.S. Bach에 가면 칸타타 제목을 한국어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그냥 기분이 좋다. 만약 없었더라면 어럽게 책을 구하느라고 여기 저기 질문이나 하고 있었을 테지. 어쨌거나 많은 Bach 광신도들 덕분에 나는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정보를 얻고 또 기분이 좋아졌으니 얼굴 모르는 그들에게 Thank you라고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Great Bach, Great maniac!
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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