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LC, Liquid Crystal)에 관심을 가진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관심을 가져야만 했던 것은 1년 하고도 몇 개월 전 새로운 과제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액정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너무나 친숙한 물질이지만, 내가 관여해야 하는 과제는 디스플레이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고 다만 액정의 복굴절 특성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다.
암튼 각설하고.. 왜 난데없이 칼라 액정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요즘 나오는 휴대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칼라 LCD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나처럼 전화 걸 곳도 또 전화 올 곳도 없는 인간이 화려한 칼라 TFT LCD 가 달린 휴대폰을 들고 다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휴대폰의 스펙을 대강 훝어보면 LCD에 대한 설명이 다소 미진하다는 느낌이다.
다른 메이커는 모르겠고 삼성것만 갖고 이야기를 해 보자. 채택하고 있는 LCD는 다음 세가지 타입이다. STN, TFT, UFB. STN은 Super Twisted Nematic, TFT는 Thin Film Transistor 그리고 UFB는 Ultra Fine & Brightness 의 약자들이다. 그리고 이 단어들과 칼라수를 결합해서 스펙에 써 놓았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모자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UFB는 기술적 용어라기 보다는 브랜드 같다. 나도 처음에 저게 뭔가 했었다. 나중에 보니 성능이 향상된 STN 타입의 LCD를 말하는 거였지만.. -_-;;
뭐.. 휴대폰 액정표시장치를 이야기 할 때 칼라수(4천이냐 2만 6천이냐 등등)와 액정타입만 말해주면 충분할 것도 같지만, 나는 그것만 듣고서는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폰을 써본 사람들이 리뷰해놓은 것을 다시 참조해야 하는 것이다.
STN이나 TFT냐로 갈라진다는 것은 우선 가격과 선명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여기서 칼라 수와 반응속도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 나중에 폰으로 실시간 움직이는 영화를 본다던가 하는 것엔 약간 민감해지긴 하지만..) 가격과 선명도 차이는 수동 매트릭스 방식이냐 능동 매트릭스냐 때문이다. 그래서 능동인 TFT가 만들기도 더 힘들고 돈도 더 든다. 다른 차이는 각 액정디스플레이의 동작원리 때문이다. TN방식의 TFT는 액정을 90도까지 컨트롤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서로 수직한 두 선평광판 사이에서 backlight 빛을 on/off 하는데 단순하게 하면 된다. 반면 STN은 180~270도 사이로 배향시켜 액정의 복굴절 현상을 이용한다. 즉 빛을 on/off 하려면 아래 편광판으로 부터 선편광되어 나오는 빛을 위쪽의 선편광판 방향과 수직/수평으로 맞춰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복굴절, 다시 말하면 두개로 굴절된 빛의 위상차로 조절하므로 다른 편차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STN이면 선명친 않겠지만 가격은 많이 싸겠군 뭐 이렇게 된다.
그렇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각각이 반사형인지 투과형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반사형 투과형을 따져야 하는 이유는 낮에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문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투과형일 경우 환한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반사형일 경우에는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인다. 반사형 STN일 경우 선명도와 화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낮고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일 테고, backlight이 필요없으므로 소비 전력이 많이 줄어들테니까 휴대폰 밧데리가 꽤 오래 갈 것이다. 반대로 어두운 곳으로 가면 잘 안보일 것이므로 어두운 곳에서는 backlight를 켤 수 있게 장치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backlight가 없어 사이즈를 더 줄일 수 있다는 STN의 장점을 잃어버린다.
만약 TFT에 반사형을 채택했다면 가격이 훨씬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채택했을리는 없을 것 같다. 또 실제로도 그렇다. 내 폰이 삼성에서 나온 TFT LCD화면을 가진 놈인데 환한 낮에 밖에서는 잘 안보인다. 그러나 화면이 조금 큰 PDA 같은 장치는 낮에 잘 보이느냐 아니냐가 민감한 문제이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실제로 컴팩에서 나온 PDA들이 주로 반사형 TFT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반사형 TFT는 시야각이 아주아주 좁아져서 각도를 약간 비껴가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카시오사의 카시오페이아와 같은 PDA 기종은 HAST(Hyper Amorphous Silicon TFT)를 채택하고 있다. 값을 비교해보면 컴팩보다 카시오페이아가 최대 10만원 가량 더 비싸다. (그 이유를 디스플레이 장치 탓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따라서 이러저러한 이유들, 그러니까 가격은 낮아야 하고 낮에도 잘 보여야 하고 선명해야 하고 칼라수도 많아야 하고 하는 이유들 때문에 나타난 것이 UFB LCD란 놈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STN위에 선명함과 밝기를 향상시킨 것이므로 STN 보다는 좋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그렇게 했나 궁금하긴 하지만 자료도 없고 사실 귀찮다. 대강 생각해서 해결될 일이면 지금껏 사람들이 안하고 있었을리는 없으니.. ㅋㅋ) 그러나 여전히 TFT의 선명함을 따라오진 못한다. (여기서 칼라수 어쩌구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분명 칼라수와 선명함하고는 별개 이야기다. 실제로 경험해 본다면 칼라수보다 선명함을 택하는게 나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뭐.. 액정 디스플레이만 가지고 보아도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딱히 이게 젤 좋아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에서 TFT LCD 폰 대신 UFB LCD를 최신 기종으로 미는 까닭은 UFB가 성능이 우월해서라기 보다는 STN보다 나으면서 삼성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LCD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 모든 것은 시장에서 판결이 날테지만 결국 UFB의 선명도가 TFT를 따라오느냐, TFT가 더욱 저가화되느냐 마느냐 하는게 승부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이 전화기의 기능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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