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은 슬프다. 그리고 또 어딘가 모르게 무겁고 가라앉고 어둡다. 그리고 가끔 그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이 밤마다 사람들을 구하게 된 계기가 되는 장면 말이다. 아마도 그 일이 없었더라면 주인공은 그냥 자신의 특이한 능력을 돈 버는데 쓰거나 아니면 아예 활용조차 안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위험과 피로를 무릅쓰고 사람들 도우러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이 진정한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
스파이더맨은 우승 상금을 노리고 격투장에서 상대를 무너뜨리지만, 프로모터는 약속한 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그를 내쫒다시피 한다. 너무나 화가 난 스파이더맨. 그러나 마침 그 때 프로모터 사무실에 강도가 침입하고 돈을 훔쳐 달아난다. 스파이더맨은 그가 강도이고 자신을 속인 프로모터의 돈을 훔쳐 달아나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프로모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른척 강도에게 길을 터준다. 그리곤 통쾌해 하면서 건물 밖으로 나오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불길한 느낌에 다가가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 곳에 자신의 유일한 혈족인 아저씨가 강도의 총에 맞아 길에 쓰러져 있었다.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나서 스파이더맨은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며 강도를 추적하고 마침내 강도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강도는 어이없게도 얄미운 프로모터를 혼내주려는 심사에서 고의로 길을 터주었던 바로 그 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만약 그 때 화를 꾹 참고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서 강도를 잡았더라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저씨가 총에 맞아 죽어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에 휩싸이게 된다. 아저씨가 죽기 전 올바르게 살아라고 유언한 말을 되새기며 밤마다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도우러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스파이더맨으로 살게 된 까닭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분명 프로모터는 사기꾼에 나쁜 놈이고 벌을 받아 마땅한 놈인데, 그래서 그가 강도를 당하는 걸 내버려 둔 것은 인지상정인 듯 보이는데 결과는 그 반대가 되었다. 자신의 졸렬함이 결국 슬픔만 안겨다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이 정말 그러할까? 부당한 일을 당하더래도 나는 즉각 용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도와줘야만 하는 것일까? 그래야 더 슬픈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왜 착한 사람이 계속 슬퍼야 하고 참아야 하고 용서해야 하는 거지..? 등등..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아.. 공평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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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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