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배워 본 사람들은 알리라. 자세 하나하나를 의식하고 온 몸 구석구석을 신경이 쓸어가는 느낌을..

그렇지만 첫 요가 시간에 들은 말은 좌선할 때, 다시 말해 명상의 시간을 가질 때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좌선을 따라했다. 저려오는 양다리와 꼿꼿히 세워야 하는 허리.. 어느 새 생각이 허리와 다리를 의식하는 것으로 바뀌고 인내심을 키우고 있는 새 명상시간도 끝나곤 했다.

그렇게 엉성한 좌선 시간이 수개월 지나고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조금씩 바른 자세로 한없는 고요함에 빠져들어 가는 것에 엄청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다. 그리고 고요한 느낌이기도 하다.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은 소리였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명상을 통해서 인격이 성숙되고 차분해진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명상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라는 것은 말 할 수 있다. (요가 배우기 전까지 이런 말은 전혀 이해 못했다. -_-;;) 어쩌면 그것은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태와 비슷할 것도 같다. 달리다 보면 숨이 차오고 힘이 들지만 계속 달리면 어느 새 두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소위 하이(high) 어쩌구 하는 상태인데 달리다가 어떤 특정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무슨 생체 호르몬이 대량 활성화 되는 것이라고 들은 것도 같다. 어쨌거나 오래 달리는 사람은 바로 그 상태의 즐거움에 중독이 된다.

조금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명상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나는 여기서 좌선하고 있지만 그건 내가 아닌 것도 같고 의식이 나와 함께 있지만 그것은 명상에 들기 전 의식의 색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일에 한참 신경을 쓰다가 시간이 되어 체력단련실에 들어와 자세를 바로 하고 좌선 자세를 취한 후 두 손을 모을 때까지만 해도 조금 전 하다 만 일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스트레스를 그대로 들고 오는 것이다.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들을 떨쳐 버리려 해도 온갖 잡스런 생각이 떠나질 않다가도 어느새 고요한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 나고 일 생각은 다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냥 그 상태에 계속 머물고 싶어진다.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운명이지만 잠시 잠깐 동안만이라도 평안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명상이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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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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