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의 화제. 비행기 사고에서 시작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클론의 강원래 이야기가 나왔고 클론이 나보다 3살 많으니까.. 하고 별 생각없이 말했는데 우리 팀장님이 갑자기 뭐? 클론이 그렇게 어려? 하시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팀장님은 내 나이를 스물일곱이나 여섯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4년 전에 처음 뵈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나이에서 더이상 카운트를 안하시고 계셨을 수도 있고 아님 완전한 오해. 팀장님은 딸(누나) 하나, 아들(동생) 하나를 두셨는데 아마도 나와 큰 딸이 나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다. 큰 딸은 77년 생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4년 전부터 오해를 하셨던 것 같다. 왜냐면 그 당시에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하시면서 연하라서 좀 그런가? 하셨는데 팀장님은 아들보다 내가 두어살 정도만 많다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말이 된다. 왜냐면 그 당시 그 말씀을 내가 완전히 농담으로 여겼던 까닭이 대강 따져봐도 팀장님 아들은 나보다 5살 보다도 더 연하이므로 너무 말이 안되어 그냥 웃고 말았는데 팀장님이 그런 뻔한 농담을 뭐하러 하셨겠는가.
내참.. 그러다 마침내 오늘 나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놈의 클론 이야기 때문에 말이다.
내가 정말로 황당했던 것은, 팀장님이 몇초간 말을 잊지 못하시더니 너무 심각한 얼굴로 결혼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고 걱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헉. 지금껏 팀원 나이도 모르시고 계셨단 말인가. 한두살 오차도 아니고 무려 다섯살이나.
팀장님의 걱정어린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는 정말 우울해졌다. 아니 사실은 내가 정말 대책없는 인간이구나 하는 자각이 물밑듯 밀려와서 슬퍼졌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사실은 내가 서른인지 서른한살인지 헷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삼십대 중반의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스물 아홉까지만 카운트하고 맨날 스물아홉인줄만 알다가 어느새 삼십대 중반이 되어있다는 식이다.

아아.. 그러나 지금의 내 모습을 자각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정말 도망가고만 싶다. 나이를 자각한 순간 자유롭지 못해지고, 뭔가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대체 지금 내 나이에 걸맞는 행동이란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제멋대로 지내다 보면 이상해 지고 평균에서 멀어지고 그렇게 된다.
못하는 것도 많고 못난 부분도 많지만 나름대로 잘하는 것도 있고 완전히 평균이하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객관적인 사실들이 그걸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슬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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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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