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부담스러워지는 현실감마저 상실한지 오래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늦기전에 결혼은 해야겠다. 결혼이 주는 엄청난 부담감과 구속력을 지금의 초라함과 트레이드 오프 하고 그냥 남들 사는대로 살랜다. 버텨보아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해서 그냥 결혼해서 가정 이루고 살랜다. 한 남자에게 내가 좋은 여자가 될 수 있을지 날이 갈수록 회의적이기만 하다. 또 세상에 어떤 남자가 날 자신의 여자로 보아주고 아껴줄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어진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더 늦어지는 것보다는 적당히 결혼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특히나 애정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정말 자신이 없다.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다? 이런 당연한 바램조차도 내겐 엄청난 사치로 느껴진다. 이런 마음에서는 누굴 만나도, 설령 그 사람이 착하고 편안한 사람일지라도 그걸 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불안감을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고 그 다음은 다만 노력일 뿐이다. 상대방도 그러해 주길 바랄 수 밖에.
나는 다만..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다. 엉뚱한 이야기이지만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난다. 로즈가 가라앉는 타이타닉을 탈출하는 보트를 타고 내려가다가 잭 때문에 다시 사지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나도 한때는 로즈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더랬다. 대신 죽어줄 수 있고 상대도 나와 함께 죽을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이 너무나 당연했었지만 다시 그런 상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시간이 시간을 먹어치우는 새 같은 사람 안에서 너무나 다른 마음이 성장해 버렸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서글퍼지지만 또한 이런 서글픔을 적당한 결혼으로 무마하려는 어리석음이 날 몹시도 괴롭히지만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기적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을 바라고 믿기엔 너무나 많이 지쳐버렸다. 기다리지 않는 자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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