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구입하면 습관적으로 겉표지 다음 속표지에 구입한 날짜를 기록하고 짧막한 사연을 적는다. 책을 구입하게 된 연유라던가, 선물 받았다면 누구로부터 받았다던가 하는 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괜히 심심해져서 날짜 옆에 스탬프를 하나 찍게 되었다. 사실은 이쁜 도장을 하나 만들어 갖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기에 문구점에 들르게 되면 살만한 물건이 있나 살펴보곤 하던 터에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혼자 갔던 출장이었기에 아주 많이 자유로왔고 (^^;) 하루 정도는 휴가처럼 지낼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박물관에 구경가기로 일찌감치 맘을 정하고 호텔을 나섰더랬다.

동경에서 가장 많은 전철 노선이 교차하는 복잡한 역이 우에노 역인데 우에노 역을 나서 오른쪽으로 가면 넓은 우에노 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공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일본 국립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박물관이냐 미술관이냐 갈등이 인 것이 사실이지만 소신껏 박물관으로 go.

솔직히 말해 일본의 문화유산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부터 있었다. 소니스타일은 정말 멋지지만 일본의 고전 유물들 가지고 했으면 얼마나 했겠냐 하는 맘이었고 이국적인 동양문화나 구경하고 가자 뭐 이런 맘이었었는데..
뭐랄까, 오타꾸란 말이 일본에게 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알 것도 같은 곳이었다. 아마도 일본의 문화 유산 오타꾸들이란 오타꾸들은 죄다 모여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유물의 양이나 그 내용(우리나라에서 훔쳐갔을 유물들도 상당수 있건 없건을 떠나서), 전시해 놓은 모양, 건물의 규모와 건물의 외관 등등 멋진 구경거리들이 참으로 많았다. 어쩐지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일본에 가면 그리고 고전틱한 유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립박물관을 빼먹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외국인들이 비원이나 경복궁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

아.. 맨날 이렇다니까. 또 딴길로 샜다. 할 말은 몇 줄 안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암튼 글 초기에 언급했던 그 스탬프를 발견했다. 그것은 동경 국립박물관 기념품점에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시대 벽화에서 본 듯한 그림 같기도 하고 암튼 맘에 드는 문양이었다. 활을 들고 짐승을 사냥하는 그림인데 내 별자리가 사수자리니까 대강 인연있다고 갖다 붙히면 말도 되고 괜히 앤틱인지 원시인지 그런 분위기도 살릴 겸. 흐흐. 넘 시시한가.. 난 맘에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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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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