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에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안건은 '칼퇴근할 수 있나? 공주 큰집에 다녀오자' 였다.
그래서 칼퇴근. 공주에 다녀왔다.
집에서 콩나물을 조금씩 길러 먹는데 유성장에서 산 콩들은 다 썩고 도통 콩나물이 되지 않는다며 공주까지 행차를 한 것이다. 제법 시골인지라 아는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검은콩과 찹쌀을 팔아달라 부탁하고, (여기서 팔고의 의미는 sell이 아님. 이 헷갈리는 표현은 '팔다'의 원래 의미가 거래하다의 의미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임.) 내친김에 큰집(조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큰아버지 큰엄마 내외만 사시지만..)에 들르기로 한 것이다.
신기한 일은 큰집 모과나무에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다는 것이다. 지금껏 고목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리고 지난해에도 또 그 지난해에도 모과 하나 내지 않던 그 모과나무가 올해는 어쩐 일인지, 정말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는지 열매를 가득 내었던 것이다.
올해엔 감나무에 감도 많이 열었고 밤나무의 밤알도 굵던데.. 이젠 두분도 늙으시고 몸도 아프시고.. 따는 사람이 없어 추석에 식구들이 가서 조금 거들고 나면 나머지는 다 청설모들 몫이 된다.
그래도 산에는 감나무, 밤나무, 은행나무, 모과나무. 주홍빛 감이 나고 초록색 밤송이가 난다. 암수 바라보는 은행나무, 고목에 꽃이 핀 모과나무.. 그것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베어버린 오동나무까지 어릴적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돌아오면서 엄마와 큰엄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곶감을 매달다가 뒤로 넘어지셔서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계셨다고 했는데 걱정할까봐 알리지도 않으시고.. 그래도 손수 김장을 담가서 며느리들 준다고.. 그 말에 울 엄마는 편찮으신 큰엄마 걱정해서 김장때 가서 돕는다고.. 또 나는 엄마 김장하다 몸살이라도 걸리실까 걱정이다. 정작 나는 김치 담글 줄도 모르면서 요리강습가서 외국요리나 배우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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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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