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제는.. 상반기에 구매한 물건이 있는데 오늘에서야 사용해 볼까 하고 컨트롤 프로그램을 돌려봤더니 어라.. 처음 들어오자 마자 작동 안해서 미국에 다녀온 녀석인데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정말 한마디로 지겹다. 정말 이 과제 하면서 성격 다 버렸다.
내친 김에 그럼 한번 따져볼까.
상반기에 구매한 모든 물건들이 얼마다 다 말썽인지.
사실.. 어려운 면들이 많긴 하다. 단순한 실험 셋업 하나 꾸미려는 데도, 광부품들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없거나, 어쩌다 광고라도 보고 전화하면 시제품 정도라서 팔지 못한다고 하거나, 아님 여차저차 해서 사와도 성능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예를 들면 광신호를 1GHz 로 얇게 잘라주는 필터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 필터는 튜닝이 가능해야 하며 튜닝 속도는 수 마이크로 이내로 아주 빨라야 한다. 또한 손실이 적으면 좋겠고 polarization dependency 가 없으면 아주 좋겠다.
다행히도 부지런하고 발빠른 광부품 회사들은 위 조건과 비슷한 제품을 어딘가 광고하고 있다.
그래서 위 스펙을 주고 만들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그들은 그 스펙이 주력제품이 아니기 땜에 약간 느슨한 스펙을 다시 던져주면서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예를 들면 광손실이 2~3dB는 더 생길 것 같다는 둥 뭐 그런식이다. 우리는 그거라도 아쉽기 때문에 중요한 몇 가지만 충족되면 오케이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3개월 가량의 긴 시간을 거쳐서 물건이 들어온다. 그리고 테스트 해본다. 몇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온 드라이버가 실시간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광학문제가 아닌 전자문제들이다. 광부품 회사들의 취약한 부분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드라이버를 새로 구입하고 여차저차 해서 가동시켜 본다. 간신히 돌아가는 듯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험 셋업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예상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성공한 실험은 절대 재현하지 말라고 그랬던가. 성공을 해보기라도 했으면 . ---;; (비참해짐)
그 다음 순서는 트러블 슈팅이다. 부품문제냐 셋업 문제냐 등등. 가뜩이나 빈약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실험 셋업인데,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 부품 자체 라면.. 정말 일이고 뭐고 다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스펙에 맞춰주겠다고 큰소리 치다가 나중에 딴소리한 밴드패스필터 회사.
역시 비슷한 경우인데 3개월 이내에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가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안들어오고 속썩히는 일본 회사. 이런 케이스가 나를 답답하게 한다.
그리고 사니 마니 말많고 탈많은 몇몇 기자재들. 이런 걸 일일이 곱씹고 있자면 정말 실험할 맛이 다 사라진다.
가끔 가다 되는 일도 있어주면 좋겠는데 이건 도무지.. 안되는 일의 연속이니 정말 미칠 지경이다.
모르겠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고 그것을 일일이 다 신경쓰고 제어하지 못하는 능력 부족 탓이겠지.
결국 나 자신을 탓하는 내 성격도 정말 못마땅하고, 이 과제에 애정이 없다는 것도 양심에 찔리고..
아아...오늘은 일이 나를 잡아먹었다.
'신변잡기 > 생활의 재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결혼 시나리오 (0) | 2001.11.20 |
---|---|
유성우(流星雨) (0) | 2001.11.18 |
모과나무 (0) | 2001.11.17 |
사는데는 버퍼가 필요하다. (0) | 2001.11.16 |
컵라면 II (0) | 2001.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