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제목이 너무 코믹한가.
가을비가 내리길래 우아한 글을 하나 올리려고 했었는데, 사고친 칙칙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평소 안하던 짓을 하다 앞차 모서리에 부딪치고 말았다.
3차선 길. 1차선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고 나서 신호 바뀌어 2,3차선 직진신호가 떨어지는 둔산대로 길이었다.
한번에 신호를 받아 통과하는 적이 별로 없는 상습 체증지역인데, 암튼 나는 직진을 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2차선 또는 3차선에 서있곤 한다.
집에서 조금 늦게 출발한 탓에 회사에 늦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가고 있는데 위에서 말한 지역에서 신호대기에 걸려 몇분을 소비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2차선에 서있다가 무리하게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려는 순간 내차 앞부분 오른쪽 모서리와 앞차의 뒷부분 왼쪽 모서리가 충돌하고 말았다.
앞차는 중간크기의 냉동설비트럭이었는데 그 각진 모서리가 내차의 본네트를 찌그러뜨림과 동시에 등을 부서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쓰니 내가 피해자 같군.) 그리고 그 트럭은 찌그러짐없이 긁힌 자국이 나 있고 뒤 깜박이등이 떨어져 나갔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내 잘못이기 때문에(내 차가 그렇게 길었나..-_-;;) 트럭에서 무서운 아저씨라도 나와 따지면 어쩌나 쫄아 있었는데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아무말도 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빨리 해결해서 지각 안하고 회사에 들어가야한단 의무감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았다. 역시 묵묵부답. 에고야.. 그래서 "돈을 좀 드릴까요?" 했더니 "등이 깨졌는데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는 것이다. 낸들 그걸 아나.. 암튼 주저주저 하다가 삼만원 어쩌구 하길래 지갑에서 삼만원 꺼내 건네주고 보냈다.
2만원 정도면 수리하는데 충분할 것 같긴 했지만 별로 상대하고 싶지도 않고 또 내 과실이니까 말이다.
이제 문제는 내 차다. 나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내 차의 흉흉한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급히 들어온 회사 정문에서 수위 아저씨가 약간 놀란 얼굴로 내 차 앞부분을 힐끔 보는 것을 보고 말았다. 내 차도 아까 그 트럭처럼 경미할 것으로 오해했던 나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고, 예상대로 흑흑..
내 차 본네트의 슬픈 운명이여. 어쩌면 너를 갈아치워버려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되도록이면 널 잘 달래서 이쁘게 다시 펴 함께 하고 싶은데 어쩌면 좋으냐..
* P.S 내 동생아.. 이 글 읽고 혹시나 엄마에게 전화할 일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