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의 Marie 라는 커피숍에 갔더랬다.
오랜 시간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피숍은 인테리어, 커피맛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 커피하우스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인테리어와 커피맛은 평균이라 치더라도 Marie는 실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빨리 바꾸어 가며 틀어주고 있었다. 최신가요가 나오는가 싶더니 흘러간 가요와 팝음악이 섞여 나오고, 영화 시카고의 All that jazz 같은 노래와 재즈 연주곡으로 로 바뀌었다가, 어느새 클래식 음악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 곳에 앉아있는 동안 많은 음악을 들었지만, 그 중에서 잠시 나를 혼동하게 했던 피아노곡을 올려 본다. 인상적인 멜로디와 건반을 두드려 대는 소리, 많이 들어본 곡이라 잠깐 집중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였다. 보통 18번째 변주곡인 서정적이면서 화려하게 꾸며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Andante Cantabile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실 나도 한번 듣고 즉각 좋아하게 되어 랩소디 전곡을 찾아 듣게 된 사람 중 한사람이다. 또한 그 전곡을 찾아 듣다 보니 주제 멜로디가 귀에 익게 되고 결국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이라는  곡명 때문에 파가니니 원곡까지 찾아 듣게 되고 말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이 피아노 곡에 테마를 제시한 원곡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24개 카프리스의 24개 곡 중 마지막 24번이다. 이 곡이 그 자체로 워낙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대기적으로 늦은 라흐마니노프의 곡으로부터 거꾸로 찾아 들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총 26개곡이다. 서주와 주제 그리고 24개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주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7개 곡을 올려본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연주다.


♭Title: 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op.43 中
             Variation 1: Precendente
             Tema: L'stesso tempo
             Variation 2: L'stesso tempo
             Variation 3: L'stesso tempo
             Variation 4: Piu vivo
             Variation 5: Tempo precendente
             Variation 6: L'stesso tempo
    ♭Source Info: 6.47MB/연주시간 3분 12초
    ♭Artist/Instrument: 백건우/Piano
    ♭Album: Rachmaninoff Piano Concertos Nos.3&4,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다음은 원곡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 24번째 곡이다.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작 펄만의 연주를 올려본다.


♭Title: Paganini 24 Caprices Op.1 for solo violin 中 No.24 in A minor
    ♭Source Info: 8.10MB/연주시간 4분 25초
    ♭Artist/Instrument: Itzhak Perlman/Violin
    ♭Album: Paganini 24 Caprices, Great Recording of the Century

끝으로 음악사에는 선대 작곡가의 특정곡을 테마로 한 변주곡을 짓는 일이 많다보니, 이 곡의 원 주제가 어떤 곡이었나 혼동하는 일도 종종 있다. 오늘 그런 일이 생겨버리고 말았는데, 함께 자리하여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던 친구의 '많이 듣던 이 곡이 뭐지?'라는 질문에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의 오페라 모세 중 한 곡을 테마로한 광시곡(랩소디)이라고 답해버리고 말았다. 라흐마니노프와 파가니니까지 연결했다가, 파가니니가 롯시니의 오페라 '모세' 중 어느 아리아를 테마로 한 변주곡이 있다는 것을 머리속에서 뒤섞어 버려 발생한 일이다. (파가니니는 오페라 곡을 짓지 않았다 -_-;;) 친구야, 이 글 읽는다면 내 오류를 알아서 정정해 듣길 바란다.
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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