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엄마가 갑작스레 장염 증세를 보여 야간 당직 병원에 갔다. 엄마는 몸이 무척 괴로운 상태셨는데 그 와중에도 병원 앞 길가에서 찬바람 맞으며 옷깃을 여민채로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화분을 팔고 있는 젊은 아가씨를 보고는 안쓰럽게 여기시는 것이었다.

그렇다. 밤 12시 가까워 오는 늦은 밤이었고 공기는 차디 찼으며 행인도 썩 많지 않은 길가에서 혼자 꽃 팔고 있는 모습이 측은함을 불러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 꽃파는 아가씨가 별로 불쌍하지 않았다.

그녀가 단지 다 팔지 못하고 남은 꽃들을 어쩌나 고민하면서 찬바람 속에 있었을지 아니면 뭔가 희망찬 설계를 하면서 고생을 마다하고 있었을지 알 순 없지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아직 20대 초반의 새파랗게 젊어 보이는 아가씨. 젊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부러웠으니 아마도 진정 부러운 것은 나이의 적음이 아니라 꿈꿀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었으리라.

* 현재 엄마 몸은 많이 나아지신 상태.. 으그그 울엄마. 당신 몸이나 걱정하실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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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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