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원래는 체육행사가 있는 날인데 사장의 명으로 온 직원들이 농촌에 갔다. 우리 연구소는 논산에 갔는데 해야 할 일은 비닐하우스 철거였다. 1억이나 들여 4채나 지은 비닐하우스 인데 올봄 대전 충청 지역에 폭설이 내리던 날, 그러니까 2004년 3월 5일, 철근이 휘어져 주저않아 쓸 수 없게 된 비닐하우스 였다. 암튼 일 경험 별로 없는 연구원들 120명이 달라붙어 비닐하우스 하나를 간신히 해체했다. 나머지 세채는 나사만 풀고 비닐 철거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딱 세 식구가 운영하는 비닐하우스 인데 우리들이 가버리고 나면 그걸 또 어떻게 철거하시려나 걱정이 앞섰다. 요즘 인부는 하루 일당이 8만원 이라는데 숙달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루만에 그걸 다 해체하려면 100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렇담 인건비만 800만원이다. 그만한 돈으로 철거하고 또 그 돈의 몇배를 들여 하우스를 다시 짓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요즘엔 쌀보다 돈되는 특수작물을 지어야 한댄다. 그 집은 메론 농사를 주로 지었는데 얻어 먹어 보니 참 맛있었다. 비닐하우스 철거하는데 사실 난 별로 기여한 것도 없는데 몸이 힘들었다. 체력이 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잠도 모자란 요즘,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고 출장도 빈번하고 등등..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 실력이 쑥쑥 느는 것도 아닌데 일만 엄청 많고.. 그래서 그랬는지 어제는 6시에 집에 들어가서 옷만 벗고 쓰러져 잤다. 정신없이 잤는데 엄마가 자는 날 깨워 밥을 먹으라 하신다. 난 밤늦게 저녁 먹으라 그러는 줄 알고 '안먹고 그냥 잘래.' 했더니 그게 아니라 날 밝았으니 그만 자고 일어나 아침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어났다. 밥 벅었다. 이번엔 아빠가 엊그제 들여온 책장에 책을 꽂아 정리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책 정리만 한참 했다. 책장과 책상이 정리되니 방이 훨씬 넓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6단짜리 책장 하나에 책이 꽉 들어찼으니 그렇담 그 책들은 그동안 어디 있었단 말인가.. 내 방 구석구석 이리저리 쌓여 있었단 소리다. 화장대도 정리해라 하시기에 화장대도 정리했다. 조금 나아졌다. 오늘은 꽤 열심히 잘 정리했으니 원상태로 지저분하게 복귀하는데 한참 걸릴거다. 6개월 이상은 버틸 것 같다. 그런데 난 왜 우울한 것일까..? 누가 토요일에 회사 나와 일하라고 등떠민것도 아닌데.. 괜히 나왔다 보다 하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온다. 일하기 싫어서 꾀가 난 걸까? 암튼 오늘은 일 안하기로 했다. 잡일들이라서 일찌감치 해치워줘야 하긴 하지만 그냥 안하기로 했다. 멍청한 실장이 싫어서라도 안할거다. 그렇담 뭘 할꺼냐..? 그냥 생각을 할거다. 이런저런 생각. 지금 난 뭘하고 있고 앞으론 뭘 할거고 이젠 왜 혼자서 영화보러 가는 용기도 나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할거다. 한참 피치를 올려 일하다가 문득 뒤돌아 보면 왜 허무한 걸까 하는 생각도 할 거다. 혼자서도 뭐든 잘 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다가 왜 어느 날 이런 내가 가여워지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볼거다. 그냥 이 생각 저 생각.. 이리 뒹굴 저리 뒹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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