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아침 6시 반에 출근을 한다. 8시까지 회사에 가야하는 데다 통근시간이 1시간 반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출근 시간이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해도 5분이 걸릴까 말까.. 회사인지 집인지 구분 안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아침에 혼자 늦잠 자려니 미안하고, 그렇다고 나까지 일어나 새벽밥 하려니 힘에 부치고..

어제 아침까지는 전날 신랑이 지은 밥으로 버텼지만, 오늘은 정말 내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줬어야 하는데.. 쿨쿨 자고 말았다. 음.. 물론 중간에 눈을 떠 미안하다고 중얼 대고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라고 말해줬던 것 같긴 하다. 회사도 코 앞인데 늦잠까지 자고 신랑 출근하는 것도 못 봤다. 빵점자리 신부다. (근데 이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ㅋㅋ)

그래서 오늘은 산더미 눈더미 처럼 쌓인 회사일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저녁상을 차려주러 일찍 퇴근해 보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 나갈 것인가 상의를 해보려고 한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것인지 신랑의 이해도 구해봐야 하고 말이다. 다행히 내가 살림엔 영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어 하고 또 1%라도 있을 수 있는 살림에의 재능을 전혀 개발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신랑이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로 마음에 평화를 구해 본다. (근데 완전히 홀가분해 지지는 않는다. 뭔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속박이 있는 듯 하다)

어쩌다 보니, 결혼일지가 완전 김치 냄새 나는 생활모드로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평범함과 현실감이 나를 더 생기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조만간 신혼여행기로 화려하게 블로그를 장식해 보기로 하며.. 일지 1.0을 마친다.

Posted by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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