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2년을 서울에서 일하고 그 외 8년을 대전에서 일했다.
그리고 다시 서울로 간다. 일하러. 다른 이유 없고 순전히 일 많이 하러, 일에 지치러 그래서 잘해보려는 마음으로 말이다.
대전에 차려놓은 일 때문에 떠나기가 힘들었으나 암튼 나는 최선을 다하고 간다. 뒤에 남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남은 사람들이 그걸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한편, 대전 연구소에서 8년을 지냈는데 짐이 얼마나 나왔을까? 라면박스 1.5배 크기의 골판지 박스로 딱 4개가 나온다. 캐비넷 2개와 서랍장 2개 그리고 랩에서 쓰던 물건과 책꽂이의 책들이었다. 두 박스씩 이틀에 걸쳐 옮겼다. 처음 두 박스는 휴일이었던 19일에 정리했는데 혼자서 끙끙대며 간신히 옮겼다. 휴일이라 회사에 사람이 없어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여 기숙사에 사는 회사 후배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밖에서 놀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후배였다.
그러나 두번째이자 마지막인 오늘은 도와줄 사람이 많았다. 저녁에 학교 후배들과 식사를 했는데 짐이 있으니 차까지 실어 날아줘 했더니 번쩍 들어 옮겨 주었다.
회사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학교 후배까지 동원해 어렵게 짐을 옮긴 것은 순전히 꼬여버린 스케쥴 때문이다. 사람들이 회사에 나와 있는 시간에는 짐 정리할 시간을 도저히 만들 수가 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다. 다음부턴 이런 점을 고려해서 짐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론 회사에 많은 물건들을 가져다 두지 말아야 겠다고 더 많이 생각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있자. 간단히 옮길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젠 서울 생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 사항이 될 것이다.
당분간 일에 더 깊이 파묻히게 될 것이지만은 그래도 좀 신나게 살아봐야 되지 않을런지.. 그렇지만 별로 자신은 없다. 일 이외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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