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태어난 복제인간 이야기가 한창이다.
실제 복제인간인지 아니면 클로네이드사의 장난질인지 검증된 바는 없다고 하지만 다른 기사들을 읽어보면 복제인간 탄생 여부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인간윤리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지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에 태어난 복제 여아는 자신을 낳은 엄마와 유전자 쌍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나를 낳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셈.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궁금증은 그렇다면 복제된 나가 나와 똑같은 인격으로 성장할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생물학적 유전정보는 같을지라도 인격은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의견들이다. 그리고 그 의견에는 나도 동감한다.
물론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 복제여아를 낳은 바로 그 여인과 똑같은 경우를 내가 그랬다면? 하는 가정으로 바꾸는 상상이다.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낳아서 내가 성장시킨다면 그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는 30년을 살아왔으니 그 태어난 아이의 미래를 미리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아이를 지금의 나보다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나은'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지난 30년간 겪어와 알고 있는 내 단점들을 보완하고 장점을 개발시킨다면 말이다. 혹은 지금 선택한 진로와는 다른 길을 가도록,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일부 유전정보만 이어받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 등등.
하지만 이런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비록 나와 유전정보는 같을지라도 그 아이는 '타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짐작만 할 뿐이지 나 자신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복제인간이라고 해서 정신적 sync가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영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윤리적 도적적 인류학적 문제들은 기우가 아닐까 하는 진보적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어쨌거나 어느 쪽이 되었건, 그러니까 복제인간을 인격체로 인정하면 불치병 치료나 장기이식 등의 의학적 목적으로 달성한 후 없애버리는(?) 행동이 문제가 될 것이고,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으면 태어나버린 복제인간의 정의(?)가 또 문제가 될 것이므로 복제인간과 관련된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미 과학은 윤리시험지 정답이 발표되기도 전에 일을 저질러 버렸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적응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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