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음악 & 예술

첼로와 손가락

세렌디피티 2005. 8. 8. 10:41
첼로를 하니 손가락이 아프다.
정확히 말하면 왼손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현에 닿는 손끝이 아픈 것이다. 멍이 들진 않았지만 허물이 벗겨졌다 아물었다 또 다시 벗겨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키보드에 손끝이 닿을 때도 아프니, 이 아픔에 반응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더 연습하고 허물은 또 얼마나 많이 벗겨져야 하나..

지난 화요일에는 제일 두꺼운 G현이 끊어졌고 토요일에는 A현이 또 끊어졌다. G현은 별로 안 아까웠는데 A현이 또 끊어질 때는 어찌나 아깝던지.. (왜냐면 4개월전에 구입한 새 줄이거덩..)

그래도 악기사에서 G현은 중고현으로 무상으로 교체해줘 위안이 되었다. A현은 또 구입하고 말았지만..

아... 그리고 브릿지도 깎았다. 브릿지란 악기 몸통 위에서 현을 떠받들고 있는 손바닥 만하게 평평한 나무 조각인데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높이로 현을 잘 떠받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이 놈의 역할이다.

브릿지를 계절마다 바꿔주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사람들 말대로 여름이 되니 (공기가 습해져서? 더워져서?) 지판이 몸통쪽으로 내려가고 자연스레 현과 지판의 거리가 멀어져 똑같은 높이의 브릿지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브릿지를 바꾸던가 쓰던 브릿지를 깍아 현이 지판쪽으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내 첼로는 지판이 많이 내려갔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첼로 선생님 때문에 알았다. 어찌나 멀리 떨어져 있던지 선생님이 보시고는 깜짝 놀라시는 것이었다.

이거 현이 왜 이렇게 높아요.. 악기사 가서 브릿지 깍아달라 그러세요.
깍았다가 겨울되어 지판 다시 올라오면 브릿지 바꿔야 하는 거예요..?
악기사에서 적당히 잘 깍아줄거예요. 겨울에도 쓸 수 있게..

브릿지를 새로 구입하려면 현 교체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든다. 그래서 남들 하는대로 브릿지를 깍았다. 겨울이 되면 지판이 도로 올라올 텐데 너무 많이 올라와 현들이 지판에 바짝 안붙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