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음악 & 예술

첼로 강습 소감

세렌디피티 2005. 4. 5. 22:35
(여기가 아니라 동호회 까페에 글을 올려야 할 것 같지만 무지 쑥스러워서..)

오늘이 첼로 강습을 시작한 날이다.
활 켜는 연습만 할거라고 해서 마음을 편안히 먹고 갔다. 그 정도면 왕초보가 따라해도 덜 부담스럽겠지 하는 생각에.. 예상대로 선생님 왈, 오늘은 음도 안 중요하고 활 켜는 연습을 앞으로 한달간 할거니까 자세에 익숙해지는 거에만 신경쓰라고 하신다.

일단 첼로를 며칠간 회사에 두었고 두번 꺼내 보았는데 그 동안 음이 모두 어긋나 버렸는지 튜닝을 몽땅 새로 해야 했다. 선생님이 조금 만지시더니 오늘은 음은 덜 중요하다고.. 아.. 이건 무슨 뜻일까? 내 첼로가 튜닝이 잘 안된다는 걸까 뭘까.. 또 한가지 질문을 하나 더 하기를 이런 첼로는 얼마나 하냐고.. 이건 왜 물어보는 걸까.. 단지 연습용 첼로 시세가 궁금해서? 아.. 첼로 관련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였다.

암튼 선생님 말대로 오늘은 음과 첼로 시세는 중요치 않다. 오직 활만 삐뚤어지지 않게 똑바로 잘 켜는 연습만 하면 되는 거였다. 이마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하는데 활은 자꾸만 삐뚤게 가고 어깨엔 어느새 힘이 들어가고 손가락도 아파오고 팔도 저려오려고 하고.. 아.. 처음부터 쉬운게 어디 있나.. 오로지 연습만이 살 길이다. 이런 생각으로 무조건 열심히 해야지 하고 있는데 강습이 끝날 무렵 선생님의 한 말씀.
"집에 가셔서 연습 하지 마세요."
헉.. 이게 무슨 소린가.. 연습하지 말라니..
"저는 이상한 선생님이예요. 저는 연습하지 말라고 그래요."
내가 무척 어리둥절해 하고 있으니 약간의 설명을 덧붙힌다.
"아직 자세가 안잡혔을 때 너무 열심히 연습하면 오히려 나쁜 자세로 굳어요. 굳이 연습하려면 의자에 앉아 첼로 잡는 거 정도. 활도 켜지 말고 현에 대보는 정도만.."
오호.. 그런 뜻이 있었군. 지금처럼 어색하고 활이 제멋대로인 자세로 굳어져 버릴까 염려하는 뜻이었던 것이다.

강습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박실장님께
"주말에만 연습하려고요.." 했더니
"아니.. 선생님이 연습하지 말랬다고 평일엔 안하고 주말에만 해?"
헉.. 나더러 어쩌라고.. 그럼 매일 매일 첼로를 꺼내어 잡아 보는 연습만 일주일 내내 해봐야 하는 걸까? 다소 고민스러웠다.

일단 왕초보니까 내 몸에 맞는 자연스러운 자세가 나올 때까지 첼로랑 내 몸이 친해지는 연습만 해봐야 겠다. 활은 되도록 잡지 말고.. 굳이 잡으려면 팔에 힘빼는 연습이나 해야지.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 차분히 따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