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내 소개

My History ('96년에 써 보았던 내 소개, 프로파일)

세렌디피티 1996. 12. 1. 21:55
My History 


물론 이것은 제 얼굴이 아닙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이시라면 만화주인공 Belle의 그림 이란걸 금방 아실테죠. My History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붙여놓긴 했지만 막상 공개하려니 뭐 이렇다할 이야깃거리가 없네요. 그래도 용감하게 몇자 적어볼랍니다.

   1972년 11월 30일에 조그만 여자 아이가 태어났죠. 어릴때부터 신동이란 소린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고 가아끔 동네 아주머니들이 뽀얀 피부를 칭찬했다는 전설이 들리긴 하죠. 어쨌거나 이 아이의 이름은 재은이라 정해지고 또하나의 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유치원은 가본 적이 없어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채 국민학교에 덜컥 입학을 하게 되죠. 그 짧고도 아름다왔던 어린 시절 6년을 회상해보면 정말 대책없이 놀았구나 하는 생각과 맘껏 놀게 내버려 두신 아빠 엄마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가끔 굵직한 사건들이 터지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건 구구단을 못외워서,(그것도 아마 6단에서 부터 막혔던거 같음) 그 나머지 공부란걸 해봤단거. 그 나머지 공부를 무사히 통과해내기 무섭게 닥친건 2자리수 곱셈이었죠. 2자리 숫자끼리 곱하는걸 도대체 왜 못했었던 걸까요. 하지만 선생님한테 엄청 야단을 맞고 드디어 방법을 터득, 그 때부터 산수는 아주 쉬운 과목이 됩니다. 산수경시대회에 나가 입상은 못했지만 난생 처음 각 학교에서 대표하는 아이들 틈에서 산수 문제를 풀던 기억은 미약하나마 경쟁의 의미를 깨쳐 주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놀며 공부하며 6년을 마치고 전 중학생이 됩니다. 뭐랄까.. 특이할 만한 사춘기를 보낸 것도 아니었고, 여는 아이들처럼 선생님을 짝사랑해 본 기억도 없는 저는 그저 평범하고 말잘듣는 여중생일 뿐이었죠. 집에서 학교까지 오고가는 그길은 언제나 한적했고 철마다 다른 꽃이 피는 전형적인 신작로 였죠. 한 여름 소나기라도 올라치면 바보같이 길 위로 튀어나와 비명횡사하는 개구리들, 가을이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 겨울은 양 볼을 꽁꽁 얼게 만들어서 언제나 싫은 계절이었지만 눈이라도 오면 팔짝짤짝 뛰며 좋아했던 어린 마음들. 정든 그 길, 그 마을을 떠나왔지만 마음의 고향이란 이런걸까요. 언제라도 가보고픈...
세월은 흐르고 꿈의 해 88년에 전 고등학생이 됩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딱히 표현할 말이 없군요. 뭐랄까. 중세의 암흑기와 같은 시기라고나 할까 내 인생의. 대입이라는 압박감이 적었더라면 아니 적어도 내겐 그 압박감이 없었는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공부이외의 것에 눈을 돌리면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때론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만 했던 그 시기들. 나름대로 자유스런 분위기의 학교를 다녔다고 위안하지만, 몸과 마음을 꽁꽁 묶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불만족스런 시기가 있었다는 거. 그 땐 그런 사실조차 지각하지 못한 바보였지만..
물리라면 맥가이버만 떠올리던 내가 물리과에 입학하게 된 건 참으로 엉성한 선택이었죠. 지금도 엉거주춤 대답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면 바로 왜 물리과냐 하는 질문인데. 각설하고 요점을 말하면 그건 인연이었단 겁니다. 자의적 선택이 아니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 바로 물리와 저와의 인연이죠. 다시 각설. 물리의 매력은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물리는 무한개의 문을 가진 마법아닌 진리의 성이죠. 실로 진리란 것이, 변치 않고 언제나 진실인 진리가 존재한다면, 호기심 많은 과학 철학자들이 탐구한 인생이 아깝지만은 않을테죠. 저야 이미 순수한 물리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나간 느낌이지만.. 아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말로도 하지 말랬는데 이렇게 글로 써버렸네요. 게다가 My History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를..
대학 4년의 긴긴 이야기는 여러분 자신의 것보다 흥미롭진 않겠죠. 히히.. 그래서 생략하고 건너뛰어 현재 지금 이시간 재은이의 모습은 한가한 졸업반이네요. 다행히 졸업하고 갈데가 생겼고 지금은 인터넷 항해사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홈페이지 디렉터. 이제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살아갈 제 모습은 또 어떨런지 벌써 부터 기대되고 궁금한 재은이..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