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일곱살 연하와 어울려요.
세렌디피티
2003. 10. 28. 00:06
1996년이니까 몇년전이냐.. 암튼 오래전 뱀띠 아저씨 한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그 때 나이로 그러니까 내 나이 더하기 일곱살이니까 몇 살이냐.. 대강 서른 셋이나 서른 넷이네.. 암튼 노총각이라면 노총각이고 깔끔한 외모에 가끔 웃긴 말도 하는 사람인데 전체적으론 말수도 없고 소심한 그런 아저씨였다. 어쨌거나 그 아저씨와 나, 둘이서 이야기할 일은 별로 없었고 다른 사람들까지 셋 넷 어울려서 대화라도 하게 되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나더러 저 노총각에게 괜찮은 아가씨 소개 좀 하라 뭐 이런 거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물어봤다. "몇 살이예요?" 하고 말이다. 사실 그 전까지는 나이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뱀띠예요." 한다. 그 대답에 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어 중얼거렸다. "뱀띠요? 보통 4살, 7살 차이가 궁합도 안본다는데 쥐띠랑 뱀띠가 일곱살 차이거든요. 쥐띠와 4살 차이는 원숭이띠인데 원숭이는 자기보다 크기가 작은 동물이랑은 잘 안맞는대요. 그러니까 쥐하고는 안맞고 결과적으로 쥐는 뱀하고 잘 맞으니 아저씨는 일곱살 연하 여자를 찾아보세요." "본인은 무슨 띠인데요?" "저요? ..저는.. 쥐띠요.." 뭐.. 결과적으로 내가 쥐띠예여 하고 광고한 것처럼 되어버려서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맹세하건데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단지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읊었을 뿐.. 게다가 난 내가 읆은 이야기 내용을 전혀 신뢰하지도 않는다. -_-;; 암튼 그 아저씨가 나이도 그렇고 해서 금방 장가를 갈 것 같았는데 꽤 오래도록 싱글로 있다가 재작년에 결혼을 했다. 서른 일곱에 간 셈이다. 그렇지만 내 예언(?)대로 일곱이나 어린 아가씨과 결혼했다고 한다. 올 초에는 일 때문에 나한테 메일을 보냈는데 이쁜 딸을 낳았다고 알리기까지 했다. ^^ 그래서 나는 내가 꽤나 괜찮은 예언을 했다고 자찬한다. 내가 만약 나이도 그렇게 많은데 제 친구를 어떻게 소개시켜요? 노총각이니까 적당히 눈 낮춰서 잘 가세요 했다면 지금 나는 무척이나 괴로와 하고 있었을 거다. 남자가 일곱살 연하를 만나 결혼했다는 것이 좋은 결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아저씨는 자기 짝을 찾느라 오래 기다렸고 기다려서 만났고 결혼했고 아이 낳고 행복해 했다. 그럼 좋은 거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