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야간스키 출정기
아구구.. 이렇게 온몸이 아파가면서 후기를 쓴다. ^^;
오늘은 버스 한대가 출전하는 야간 떼스키.
울 연구소 소장님께서 저녁 도시락을 쏘시면서까지 야간 스키를 계획한 까닭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도 조만간 행해질 조직개편을 앞두고, 가족같은 우리 연구소 여러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적절한 이유인 것 같다.
암튼.. 사연은 그렇고..
무주 리조트가 야간 스키에 후해졌다. 전년 시즌에는 야간에는 오픈을 전혀 하지 않았던 설천 쪽 실크로드를 오픈했고 시간도 30분이나 늘였다.
실크로드에서 두시간 가량 타다가, 쌍쌍 리프트를 타고 만선 하우스 쪽으로 건너왔다. 파킹을 이쪽에다 한데다가 10시까지 모이라고 했기 때문에.. 루키힐 타고 내려와 만선쪽 리프트 줄에 섰는데 여기서 소장님을 만났다. 울 소장님은 숏스키를 타신다. 작년에도 8번이나 다니셨다고 하니.. 그 바쁜 와중에 어떻게 다니셨는지 놀랍다.
10시까지 딱 30분 남았는데 두번은 타야겠다는 욕심에 상급라인 야마가를 타기로 했다. (이게 그나마 짧으니까.. ) 작년에 딱 한번 탔던 곳인데.. 맨 위에서 보면 거의 절벽같이 보인다. 게다가 나같은 초짜가.. 넘 무섭다. 그래도 작년 시즌에 엉금엉금 탔던 용기에 이번에도 도전을 했는데, 첫번째 턴을 시도하다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그대로 주욱주욱.. 미끄러지기 시작했는데 위쪽이라 눈도 별로 안쌓여 있고 도저히 멈추질 않는 것이다. 나는 100미터는 굴러 내려온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50미터도 안될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위에서 한번 미끄러져 보라.. 뜻대로 서지는 않고 그냥 사정없이 미끄러지고 눈도 없는 경사에서 누운 채로 턴을 두어번 해보라.. 첫번째 턴 그렇게 망가지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잘 내려 왔다.
그리고 다시 리프트 타고 올라와서 두번째 도전. 이번엔 과감하게 턴을 시도해서 세번, 네번 턴까지 잘했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에지가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래로 주욱 다시 한번 미끄러졌다. 이번에도 역시 멈추질 않는 것이다. 역시나 몇십미터 굴러 내려오다 간신히 멈춰서 그 담에 잘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경사가 급할수록 더 과감하게(혹은 신속하게) 턴을 하거나, 아님 스키로 에지를 더 강하게 확실히 잡아줘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지만 잘 잡아도 이번처럼 어이없이 미끄러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옆으로 살살 넘어져서 다행이다. 스키가 안벗겨졌다. 하긴 벗겨졌어도 일부러 뒤에 내려온 소장님이나 다른 아저씨가 잘 주워다 주셨겠지만..
그래도 끝날 무렵이 되니 너무나 아쉽더군.. 역시 야간스키는 아쉽다. 그리고 하나 더 아쉬운 것은, 작년에 열심히 야간타고 대전와서 김밥집에서 김밥 먹고 들어가자고 선동(?)하던 아저씨가 이번엔 힘들어 죽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나이가 나보다 여섯살쯤 많으니 30대 후반에 접어든 셈인데 하는 소리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정말 일년이 다르다나.. 그래서 너무 너무 슬펐다. 나도 한 5년쯤 지나면 그럴 거 아닌감.. 더 늙기 전에 빨랑 결혼도 하고 신랑이랑 스키장에서 놀기도 해야하는데.. 잉..
실컷 놀고 와서 이야기가 역시나 이런 쪽으로 빠지는 구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