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옷 만드는 그녀들
인형.. 인형 중에서도 이쁜 옷 입힌 바비류 인형에 혹 하는 나는 인형(사진) 구경하는 일이 그나마 낙이다. 그런데 우연히 내가 잘 가는 디카 동호회의 몇몇 아가씨들이 인형 옷을 만들어 파는 핸드메이드 옷방을 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신기했다. 별로 친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대강 사진 동호회를 통해 이름 정도는 알았던 아가씨들인데 일을 저지르다니..
말이 쉽지.. 그냥 인형이 좋아서 인형 옷 만들고 또 그걸 판매할 생각도 하고 결국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간단한 일인가.. 그 아가씨들 본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는 시간 쪼개서 일을 시작했을 거다. 그래서 발상이 기특(?)하기도 하고 인형 좋아하는 맘이 대단하기도 해서 그 핸드메이드 옷방에 들러 글도 남기고 사진도 올려줬다. 사실은 새로 온 인형 자랑하고 싶어서지만(흐흐)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샵이 발전하지 않을까 해서..
그렇지만 조금 걱정도 된다. 전국에는 정말 많은 인형옷 판매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력도 좋다. 정말 이쁘게 잘 만든다. 브랜드를 가지고 이미 유명해진 핸드메이드 샵도 있을 정도다. 취미를 돈으로 연결시킨 케이스라 할 만 하다. 그래서.. 친하진 않지만 이름이 낯잊은 사진 동호회의 그녀들 샵이 그냥 한번의 장난으로 끝날까, 옷 한 두벌 팔아보고 끝날까, 전국의 인형 매니아들에게 이름도 못 알리고 조용히 사라질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형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니 기분이 좋다. 인형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끼리끼리 모이는 걸 좋아한다. 서로의 인형 보여주고 꺄~ 소리 지르며 이뻐요~ 연발하는 걸 좋아한다. 인형 이름지어 주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찍어 웹에 올리는 것도 좋아한다. 새 인형이 발매되면 사지 못해 끙끙 앓기도 하고 인형 전시회에 몰려 다니는 걸 좋아하고 인형 옷 갈아입히기도 좋아한다.
나는..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다. 돈 있으면 인형이야 많을 수록 좋겠지만 인형 옷 갈아입히는 것도 귀찮고 이름 지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으며 남들 인형은 아주 가끔 이쁘단 생각이 들 뿐이다. (애들이 사진을 넘 못 찍어..) 그렇지만 인형 전시회가 있으면 한 번 가보고 싶고 인형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인상적인 사진을 찍어 보고는 싶다. 아마도 주변에 사진 찍고 싶은 인물이 너무 없어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암튼 결과적으로, 보고 좋아하던 시절에서 한 단계 나아가서 '이쁘게 보이도록' 사진으로 연출(?)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앗.. 빼먹은 것 하나 있다. 인형 동호회에 가면 한가지 정말 재미있는 것은 매니아들이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영 엉망인 사진일지라도 이쁘단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진찍는데 힘이 된다고나 할까.. 참 착한 그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