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2002. 11. 1. 00:00


아침.
스커트를 입었다. 누군가 스커트를 입은 걸 보니 덩달아 나도 입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모방심리일까? 어쨌거나 자주 안입는 스커트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약간의 만족감을 얻었으므로 모방하길 잘 한 것 같다.

출근.
메일을 체크했다. 아이컴주식 매수 청약 메일이 와 있다. 2년전에 주당 18,000원 주고 사랄땐 언제고 이젠 18,227원에 팔라고 한다. 사원들 데리고 장난하나 어쩌구 하는 잡담을 나누다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뜨거운 커피를 손으로 툭 건드렸다. 컵은 맥없이 쓰러졌고 커피는 사정없이 흘러 내려 노트북 컴퓨터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오늘은 무척이나 날씨가 좋다. 신께서 기분이 좋으신걸까. 아님 사람을 약올리려고 이런 날씨를 만드신걸까.. 쿠쿠쿡.
신의 장난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간다. 따지고 들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하지만 신께 감사한 일이 하나 있다. 인간에게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으시고 능통한 독심술도 허락치 않은 까닭에서다. 그러니 끊임없는 착각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연유로..
나는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런 배려도 바라지 않는다. 이해해달라고 사정하지도 않을거다.
그냥 착각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누군가는 나를 좋아해 주겠지 혹은 이해해 주겠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