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생활의 재발견
소나기
세렌디피티
2003. 6. 17. 00:00
소나기가 퍼부었다.
줄기도 굵지 않고 천둥소리도 없었지만 소나기는 소나기다.
시원한 소나기가 왜 우울하게 하느냐..? 그건 나도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소나기와 관련된 추억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우울할 만한 일은 아니었고 새삼스레 황순원의 소나기 때문에 우울해 질리도 없으니 말이다.
우울하다는 단어는 곧장 외롭다는 단어로 이어지고 문득 '외롭다'를 남발하는 사람들 생각도 난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그 말에 웃음을 참는다 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타인의 외로움이다. 대체 뭐가 외롭단 걸까?
인간은 그 자체로 타인의 외로움을 이해 못하는 존재다. 오직 외로움을 느낄 줄만 알지 타인의 외로움은 이해 못한다. 외롭단 말 한마디로 위로를 얻고 싶다면 열번 백번이고 말해도 좋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한껏 위로의 말을 창조해 내줄 수는 있으니.. 혹은 언젠가 내가 들었던 가장 차가운 위로의 말을 건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내 스스로에게 건네는 가장 효과적인 위로의 말은 '정신차려!' 이 짧은 말 한마디이고 외롭다는 인간들에게 속으로 외쳐주고 싶다.
정신차리고 소나기 구경이나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