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결혼 & 육아

결혼일지 4.0 - 결혼 312일차, 신랑 친구의 방문을 거절(?)하다.

세렌디피티 2009. 7. 8. 23:38

결혼 300일은 서로 신경도 안쓰고 지나갔다. 결혼 1년이 다가오면서 300일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겠지. ㅎㅎ.

그나저나 오늘은 일이 많아 늦게까지 난 야근 중인데, 신랑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 미국 이민을 간 오랜 친구가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모이기 때문에 나도 동참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딱히 오라 부르지도 않고 또 나도 일 때문에 나가기도 어려운 차에 전화가 왔다. 1차 끝나고 2차를 우리집에서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냐는 것이다.

앗.. 덜컹..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

"저기..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정리도 잘 안되서 좀 그런데.. "
"어.. 괜찮아.. 먹을 건 사가지고 가면 되고.. "

음.. 핑계엔 처방이 있으니 차라리 솔직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음.. 그냥 밖에서 2차 하면 안될까..?"
"... 그러지 뭐.. "

간단하게 전화를 끊고 나서 일하다가 집에 갈 즈음, 갑자기 신랑에게 미안해 진다. 그리고 나 자신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난 결혼하면 신랑 친구들 집에 와서 놀아도 전혀 신경 안쓰고 맛있는 거 마련해 주며 재밌게 지낼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게다가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사는 친구가 정말 몇 년 만에 들어온 건데 말이다.

혼자 미안해져서 신랑에게 전화를 건다.

"저기.. 친구들이 뭐라 안그래요? 집에 못오게 한다고..."
"어.. 다 잘 이해해.."
"... "

친구들 모두 다 결혼한 몸이니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좋아할 아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아.. 난 좀 다를 줄 알았다. 역시 결혼이란 해봐야 안다.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란 걸.